IB&피플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AUM 1600억원 수준…올해 2300억원 추산
헬스케어 전문 VC, 초창기 기업에 '주목'
일본과 유럽 등으로 투자 확대 계획
공개 2021-11-08 09:0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지난 2016년 출범한 LSK인베스트먼트는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탈(VC)이다. LSK인베스트먼트가 말하는 ‘헬스케어’는 무궁무진하다. IT 베이스 기업부터 반도체 개발 회사까지 모두 다 ‘헬스케어’라는 고리로 연결된다. 경계선이 없는 ‘컨버전스’다. 심사역은 총 7명으로 모두 해당 분야 전공자라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운용자산(AUM) 규모는 1600억원 수준으로 연말에는 2300억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오 심사역 1세대로 평가받는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IB토마토>와 만나 ‘초기투자’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껏 덩치가 큰 기업공개(IPO) 막바지 회사보다는, 설립 3년 미만 신생업체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초기 투자 펀드를 지향하는 게 특징이다. 올해로 설립 5년을 맞은 LSK인베스트먼트는 향후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전문 헬스케어 VC로 거듭나 효율적인 밸류를 창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출처/IB토마토
 
다음은 김명기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벤처캐피탈(VC)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처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석박사를 거쳐 LG화학(051910)기술연구원에 특채로 입사해 연구원을 생활을 지냈다. 남들과는 다르게 연구원 근무를 하면서 재무회계나 비상장 주식 등 이것저것 공부를 많이 했다. 거의 25년 전부터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이오 쪽 투자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키우게 된 것 같다. 이후 2000년도에 TG벤처(현 큐캐피탈)에 입사해 VC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헬스케어’만 집중하는 이유는?
△헬스케어 분야는 크게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신약개발, 두 번째는 진단 기기와 같은 의료기기, 마지막 세 번째 분야가 헬스케어 서비스다. 우리가 집중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IT에서 쓰는 오토 서비스 헬스케어. 병원 서비스 등 굉장히 다양하다. 실제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IT 베이스 회사, 반도체 개발 회사도 있다. 헬스케어 전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회사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이 세상에 헬스케어가 아닌 게 하나도 없다.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경계선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컨버전스’다.
 
-LSK인베스트먼트의 차별화된 VC 투자전략이 있다면?
△우리는 일단 PreIPO 투자를 안 한다. 우리의 전략은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초기 회사를 발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남들보다 싼 가격에 투자 후 이를 성장시켜 멀티플이 크게 나오는 투자를 지향한다. 지금도 운영 중인 펀드 대부분이 다 초기 투자 펀드다. 설립한 지 3년 미만 회사들, 최대 5년 미만의 회사가 그 대상이다. 심지어 우리 포트폴리오에는 설립 1년이 채 안 된 회사도 많다. 두 번째 특징은 후속 투자다. (기존 업체 중) 한 20~30% 정도만 팔로잉 투자를 한다. 진짜 괜찮은 회사는 투자액을 늘려서 우리 지분율을 계속 지키면서 따라가고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그런 전략이다.
 
-회사를 발굴할 때 중요시하는 부분은?
△3P다. 첫 번째 P는 기술적인 플랫폼(Platfrom)이다. 두 번째 P는 패턴트(Patent) 특허다.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방어할 수 있는 어떤 장벽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 세 번째 P는 파이프라인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특허로 보호되는 플랫폼 테크놀로지로 파이프라인의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눈여겨본다.
 
-올해 LSK인베스트먼트가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안이 있다면?
△올해 프로젝트 펀드를 하나 청산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가 프로젝트 펀드에 투자했던 회사가 상장했다. 락업 이후 올 초부터 물량을 팔기 시작했고 현재 프로젝트는 청산한 상태다. 하반기 들어서는 신규로 블라인드 펀드하고 프로젝트 펀드 1~2개가량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지금 진행하는 3개의 펀드를 클로징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그렇게 다 끝나고 나면 AUM이 한 700억원 정도 늘어나서 2300억원에 이를 것 같다.
 
-대표적인 IPO 사례를 소개해 달라.
△우선 디엔에이링크(127120)다. 디엔에이링크는 우리가 투자하고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돼 한 2년 정도 후 바로 상장했다. 단기간 성과가 났던 사례라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두 번째는 의료기기인 캡슐내시경을 만드는 인트로메딕(150840)이라는 회사다. 여기는 상장까지 어려운 일이 많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인트로메딕는 키스트의 기술을 가지고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인데, 상장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율 이런 부분이 세팅이 제대로 안 돼서 애를 먹었다. 설상가상 소송 문제도 있었다. 해당 분야 선두업체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기븐이미징’이라는 회사가 인트로메딕에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 문제로 중간에 IPO 주관사도 바꾸는 등 상장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특허소송에서 인트로메딕이 다 이겼다.
 
-향후 글로벌시장 투자 확대 계획은?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 등으로 투자를 넓혀 성장 업사이드를 추구할 생각이다. 그다음 글로벌 가장 큰 시장인 미국도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은 정부 규제리스크 등이 있어서 아직 진출 생각이 없다. 해외 투자는 한국에 있는 기업을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코스트가 많이 든다. 투자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만약 미국 투자를 시작했다고 치면 1년에 10개 이상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 정도로 투자를 진행하려면 출장도 많이 가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상주하는 인력도 있어야 한다. 펀드 사이즈가 지금보다 더 커지지 않으면 그 코스트를 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우리의 AUM이 늘어나야 한다.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에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투자회사에 대해 공부를 좀 한 뒤 투자를 받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느 정도 트랙 레코드를 확인하고 레퍼런스 체크도 할 필요가 있다. 투자회사마다 기조가 다르다. 만약 (투자회사가) 2~3년 단기간 투자 후 엑시트에 만족한다면 심사역들은 당연히 거기에 맞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피투자회사 입장에서는 엑시트 관련한 얘기를 많이 듣고 좀 쫓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단기적인 사업 전략을 취하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거다. 결론적으로 서로서로 회사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평소 후배 또는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 있나.
△우리 직원들은 헬스케어 전공자들로 전직 연구원이 대부분이다. 연구원들은 연구원들만의 세상이 있다. 연구원의 시각과 세상을 버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연구원들은 기술에 굉장히 꽂힌다. 좋은 기술. 남들이 없는 기술 이런 거 말이다. 근데 그동안 투자 성과가 좋은 회사를 살펴보면 경영진이 가장 주효했다. 경영진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 경영진의 능력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기술이 좋은 것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행실 부분에서는 근면함도 중요하다. 투자를 잘하려면 좋은 딜을 봐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좋은 네트워크는 부지런함에서 나온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좋은 딜을 볼 순 없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부지런하고 근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부지런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야 한다.
 
-한국 VC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시장과 발맞춰 덩달아 커져야 하는 시장들이 있다. 유통 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주요한 엑시트 창구가 IPO다. 투자액이 계속 고점을 찍고 있는 만큼 IPO 시장이 커져야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M&A 시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M&A 시장 자체를 인위적으로 키울 수 없으니 단기적으로 보면 IPO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 헬스케어 관련된 IPO 시장은 너무 후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시장이 앞으로 커지려면 일단 거래소의 어떤 상장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정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좀 빨리 선진화될 필요가 있다.
 
-LSK인베스트먼트는 어떤 회사로 성장하고 싶은가?
△벤처캐피탈 컴퍼니의 가장 큰 문제이자 핵심은 인력 관리다. 좋은 투자 심사역들을 보유하는 게 1순위다. 나는 상장 생각도 없고, 규모도 무작정 크게 확장할 마음도 없다. 그냥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우리 자본 비율을 더 늘릴 생각이다. 펀드가 커지면 일은 계속 많아지지 않겠나. 그럼 이탈이 일어나는 거다. 포트폴리오가 늘어나면 사건 사고가 매일 뻥뻥 터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은 좀 지양하고 싶다.
 
펀드마다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지금은 (펀드당) 5~10% 정도씩 출자한다. 아직 자본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향후 자본이 더 축적되면 펀드 출자비율을 늘리는 형태로 투자업무를 효율적으로 전개하고 싶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