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제약사 출신 임원 '이례적 영입'…IB 판 키운다
김재교 유한양행 전무, IND 담당 부사장에 선임
제약·바이오벤처 투자 확대…IB 부문 다각화 포석
공개 2021-10-25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메리츠증권(008560)이 제약사 출신의 인사를 부사장으로 신규 영입하며 투자은행(IB)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국내 대형 증권사 부사장에 당국이나 보험 등 금융사 이외의 인물이 영입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신임 부사장을 포함해 5인 부사장 체제를 확립,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강자 자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 사업 부문별 책임 경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이달 초 김재교 유한양행 약품관리부문장(전무)를 신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1967년생인 김 신임 부사장은 경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IR팀장, 글로벌전략부문장 등을 거치며 줄곧 유한양행에서만 근무한 ‘유한맨’으로, 의약품 제조기업의 임원이 사외이사가 아닌 증권사 부사장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최근 10년간 메리츠증권 임원 선임 사례를 보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팀장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를 역임한 정남성 전 부사장과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출신의 배준수 부사장은 각각 메리츠종금증권 감사업무총괄 전무와 본사관리·리테일사업부문 전무를 거쳐 부사장에 올랐다.
 
특히 김 부사장의 경우 기술수출하는 등 다수의 거래를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유한양행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임기가 2022년 3월15일까지로 남아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부분이 많은 셈이다.
 
이번 영입은 메리츠증권이 IB부문 다각화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유한양행의 인수합병(M&A)과 기술수출(라이센싱 아웃) 등 전반적인 투자 업무를 총괄하며 바이오 기업 투자 핵심 인력으로 손꼽혀왔기 때문이다. IB부문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포석인 셈이다. 
 
실제 김 부사장은 지난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을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는데 이바지했으며,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하는데 공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약금액은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로, 올해 2분기 유한양행 연결기준 매출액(4338만원)의 2배 수준이다.
 
사진/메리츠증권
   
기존 배준수, 여은석, 이세훈, 장원재 등 4명의 부사장 체제도 5명 체제로 바뀐다.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기업금융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형 사장에 이어 5명의 부사장들이 각 사업부의 책임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메리츠증권은 전문성을 높이고 IB 부문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증권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245억원, 당기순이익은 402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43.1%, 55.8% 급증하며 반기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금융 부문의 상반기 순영업수익은 3562억원으로 1년 새 6.3% 증가했으며 Sales&Trading과 리테일 부문 순영업수익은 각각 103.1%, 64.2% 뛴 2718억원, 1194억원으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은 IND(Investment & Development) 본부장으로 선임돼 전문성을 갖춘 제약·바이오벤처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배 부사장은 관리총괄업무를 맡고 있으며 여은석 부사장과 이세훈 부사장은 각각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장과 IB사업총과를 담당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겸 위험관리책임자 부사장과 메리츠금융지주 CRO 부사장을 역임한 장원재 부사장은 Sales & Trading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김재교 부사장은 약 30년간 유한양행에서 IR과 경영기획, 글로벌 전략, 라이센스 등의 업무를 거치며 인수합병과 기술수출 등 전반적인 투자 업무를 총괄했고 백신개발에도 참여했다”라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풍부한 투자경험을 활용한 메리츠만의 차별화된 바이오 투자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고, 원천기술 보유 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바이오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