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5일 조기 인사 발표···승진자 14명 중 8명이 방산 부문유일한 부사장 승진자도 방산 부문에···금융 부문은 승진자 없어올해 매출·영업익, 비금융 부문이 금융 부문보다 클 것으로 전망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화(000880)와
한화생명(088350) 등이 최근 조기 인사를 발표하면서, 한화가 어느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인지에 업계와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한화가 금융보다 방산·비금융 분야에 더욱 집중해 우주 사업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5일, △부사장 2명 △전무 7명 △상무 5명 등 모두 14명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업계에서 특히 주목받았는데, 지금까지 한화생명의 신사업을 이끌어온 김동원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부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승진자 대부분은 전략·신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임원이다. 고병구 신임 부사장의 경우 한화생명 전략채널본부장과 전략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한화생명이 신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무로 승진한 7명 중 6명 역시 전략·신사업부문 출신이다. 김동욱·오지영·이병서 전무는 전략부문 캡틴을 맡은 이력이 있고, 신충호 전무와 최영복 전무도 신사업부문 캡틴 출신이다. 베트남법인장인 임동준 전무는 신사업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김승연 회장이 언급한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향후 승계까지 고려한 인사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와 한화생명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화제였지만, 한화그룹을 전체를 이끄는 ㈜한화의 인사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업 부문은 ‘방산’ 부문이었다. 승진자 14명 중 과반수인 8명이 방산 부문에서 나왔고, 유일한 부사장 승진자도 방산 부문이었다. 이번 인사가 예년보다 빨라진 것도, 방산·우주 분야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글로벌·기계·지원 부문에서 각각 두 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한화가 매출 비중이 큰 금융을 두고 방산 등 비금융 부문에 집중할 의지를 비친 것은 우주 사업을 강화하고자 하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와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한화의 금융 부문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약 57.64%로, 사업 부문 중 가장 컸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분기별 매출 추이를 보면 금융 부문보다 비금융 부문의 성장세가 거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한화 금융 부문의 영업이익은 5768억원·비금융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1864억원으로, 비금융 부문이 51.83% 이상 많다.
매출액 역시 전체 매출액에서는 비금융 부문이 밀렸지만, 분기별 매출액에서는 1분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금융 부문이 앞섰다. 올해 역시 1분기에는 금융 부문 매출이 더 컸지만,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비금융 부문 매출이 두각을 보이면서 4분기에는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기간 금융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6조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영업이익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데, 지난 2분기 이미 비금융부문 영업이익이 금융 부문보다 38.47% 이상 컸다. 증권업계는 한화의 비금융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1조5000을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비금융 부문 중에서도 우주·방산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1% 이상 커졌고, 영업이익도 89% 가까이 늘었다. 올해 전체 매출 역시 17% 이상, 영업이익은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금융 부문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6.95% 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의 방산 부문 강화가 향후 승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와 매출이 연결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담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272210)의 지분을 46.73% 보유하고 있는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 중인 한화에너지도 한화시스템 지분 12.8%를 갖고 있다”라며 “앞으로 방산·우주 사업 강화로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김동관 사장 등 아들들의 입지도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승계와 관련한 인사는 아니며,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해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역량 확보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고자 예년보다 앞당겨 임원 인사를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