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후에도 해결 과제 산적한 이유
경쟁 제한성·유가 급등·기내식 보장 등 내·외부 문제 많아
공개 2021-10-19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단순히 자금 확보 외에도 내·외부적으로도 걸림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올해 안에 합병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합병 이후 시장 상황과 경쟁 제한성 등으로 인해 아시아나의 회생에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과 관련해 경쟁 제한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제한성 완화 조치가 선행된 이후 양사의 합병이 진행될 것이란 의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 수준의 시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게 심사관들의 의견”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고 두 부처의 실무자뿐만 아니라 국장급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이 언급한 시정 조치는 업계 1, 2위 항공사의 합병으로 특정 노선에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문제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면서 향후 양사의 노선이 배분 조정될 것으로 예측되는 부분이다.
 
이 경우 기존에 양사가 보유한 국제 장거리 노선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나 해외 항공사들이 이 노선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주요 노선 가운데 미주·유럽 노선 등 점유율이 높은 곳을 분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정위에서 일부 조건부 승인을 검토하게 되면 아직 남아있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필수 9개국과 임의 5개국 가운데 승인을 내준 곳은 터키와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5곳뿐이다. 이외에 다른 국가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으로 이와 비슷한 제한을 걸어 심사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을 두고 합병 가능성을 끌어올리게 될 경우,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 향후 여객 수송이 늘어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을 언급한 만큼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당장 LCC업체들은 장거리 운항 여건이 어려운 만큼 슬롯 배분 등으로 외항사들만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위험관리. 사진/전자공시시스템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1조8286억원, 영업손실 314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부채가 5조2000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은 2016%를 나타냈으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도 1 미만을 기록 중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면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이처럼 자력 회생이 어려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의 빠른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데, 합병이 지연될수록 대한항공이 인수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원해야 하는 비용도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문제는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기 임대료와 항공유 등은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장부상 환차손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1182원을 기록하며 1200원대에 근접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560억원이, 아시아나의 경우 343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항공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유류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항공유 매입액으로 6억5007만 달러(약 7688억원)를 사용했는데, 국제 유가 역시 급속도로 치솟으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년 만에 80달러 선을 넘는 등 매출원가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평균 항공유가가 배럴당 75달러로 전년 대비 74% 급등했는데, 수요 회복에 따른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향후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여기에 달러 강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순손실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뉴시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최근 밝혀진 기내식 급식 운영권 보장도 향후 인수합병에 따른 경영 정상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과 관련해 스위스 게이트고메그룹 계열사에 2047년까지 30년간 순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대신 게이트고메는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무이자 만기 20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게이트고메가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금호그룹 경영진이 BW 인수 계약의 대가로 기내식 공급 과정에서 확정적인 이익을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박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3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의 가치를 최소 2600억원대로 봤으며, 순이익 보장 약정까지 더하면 아시아나항공이 본 손해액이 5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부담해야 할 향후 30년간 손해가 합병법인인 대한항공에게 그대로 승계될 수 있어 향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항공업계는 외부적 환경 변화에 취약한 업종으로 환율·유가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헷지(위험회피)를 활용해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며, 최근 기내식 공급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업결합 심사 전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