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부담 앉은 삼부토건…말라가는 금고에 성장 기대감도 '역행'
1년 미만 차입금 887억원…단기차입금 의존도 상승
현금흐름 악화 속 466억원 규모 단기차입금 증가
공개 2021-09-23 09:30:00
[IB토마토 전기룡 기자] 가파른 성장세를 공언했던 삼부토건(001470)이 빚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가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으로 분류된 영향이다. 나아가 실적은 답보상태에 현금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지난달 466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을 늘린 것도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 전체 차입금 931억원의 95.3%에 해당하는 887억원을 1년 내에 상환해야 한다. 나머지 49억원은 전북은행에서 담보대출을 통해 확보한 장기차입금으로 3년간 15600만원씩 상환한 후 3년이 넘는 시점에 나머지 금액을 상환할 계획이다.

 

삼부토건은 2019년만 하더라도 상환시기가 1년 내로 다가온 차입금 규모가 9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상반기에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이 410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동년 말 기준으로 980억원까지 뛰었다. 올해에는 단기차입금 100억원을 상환하며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511억원을 웃돈다.

 

단기차입금의존도만 살펴봐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5~2.6%에서 올해 상반기 20.7%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7.8~10.4% 수준이었던 차입금의존도도 현재 22.0%를 기록 중이다. 아직 위험수준을 가늠하는 기준(30%)을 밑돌지만 단기간 내 현금흐름이 악화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차입 기조도 깨졌다. 한국기업평가(034950) 기준으로 삼부토건은 2017 -987억원, 2018 739억원, 2019 -365억원 등이 순차입금을 기록하며 현금성자산이 차입금을 웃돌았다. 하지만 2020년 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253억원의 순차입금을 보유하게 됐다. 올해 상반기 삼부토건의 순차입금은 전년 말보다 69.9% 늘어난 430억원이다.

 

삼부토건의 차입금이 급증한 까닭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발행했던 BWCB가 주효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부채로 인식한다. 삼부토건은 지난 2019 11250억원규모의 BW를 발행한 바 있다. 해당 BW의 만기는 2022 1029일로, 2020 1129일부터 조기상환할 수 있다는 콜옵션(Call Option)2021 529일부터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Put Option)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CB의 경우 지난해 1223일 납입을 마쳤다. 350억원 규모로 만기일은 2023 1123일이다. 해당 CB에도 올해 1223일부터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이 존재한다. BW CB 모두 풋옵션에 대한 권리가 발동될 시 조기상환에 나서야 하는 만큼 만기일이 남았음에도 단기차입금으로 분류한다.

  

 

장기자금 확보를 통해 미래성장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내다봤던 삼부토건 입장에서는 회계상으로 부담이 커진 셈이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CB를 발행하면서 추가 확보된 자금으로 재무 안전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 등에 적극 투자하여 향후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실적도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삼부토건은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액(1541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하고, 영업이익(62억원)이 같은 기간 39.8% 늘어났다. 영업활동보다는 매출원가(1546억원→1381억원)와 판매비와관리비(146억원→97억원)를 감축하면서 실적이 소폭 나아졌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상반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30억원으로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또한 지난해 말 316억원을 기록 중이던 잉여현금흐름(FCF) -136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FCF는 영업으로 번 돈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설비투자와 배당 지출을 가감하고 남은 현금으로, 통상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즉 삼부토건은 이번 상반기에 영업활동을 지속했음에도 내부에 적립할 현금 여력이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지난 8월 단기차입금을 늘린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삼부토건은 지난달 10일 자기자본의 25.7%에 해당하는 466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이 늘어난다고 공시했다. 차입금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 위치한 한국전력 덕소변전소의 잔여부지를 매매하기로 계약한 것에 대한 중도금을 조달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으로 경고를 받는 등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삼부토건은 하청업체에게 하도급대금과 선급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6조와 제13조에는 지연이자에 대해 공정위가 고시하는 이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삼부토건은 소음, 진동, 비산먼지 등으로 민원이 발생할 시 모든 대응을 하청업체가 맡아야 한다는 특약도 설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공정상 긴급작업을 필요할 때 하청업체가 지체없이 수행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도 맺었다. 이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3조의4 등에 위반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삼부토건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을 수 없었다.

 

한편 1948년 설립된 삼부토건은 대한민국에서 건설업 면허를 가장 먼저 받은 건설사로 2000년대 중·후반 들어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11년 법원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처지에 처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시공능력평가에서 67위를 기록하며 전년(63)에 비해 네 계단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