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Big4 회계법인’으로 불리는 4대 대형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회계법인)이 감사하는 상장법인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감사대상회사 수를 기준으로 할 때 Big4 회계법인이 감사한 상장법인의 비율은 2014년에 53.4%이었으나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0년에는 31.0%까지 감소하였다.
Big4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상장법인의 비중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서는 “감사인등록제 시행에 따른 감사인 재편 과정에서 중?소형 상장법인의 non-Big4 회계법인 선호 경향이 심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설명한 이유 외에도 주기적 지정제의 시행과 직권지정의 증가로 감사인 지정이 많이 증가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생각된다. 자유선임과는 달리 지정이 이루어지면 여러 회계법인에게 골고루 기업이 지정되므로 Big4 회계법인 쏠림현상이 완화된다. 감사인 지정의 확대로 소위 ‘낙수효과(落水效果)’가 생긴 것이다.
Big4 회계법인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일종의 과점 폐해를 막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Big4 회계법인과 non-Big4 회계법인이 공동으로 감사하는 공유감사(shared audit)를 도입하는 방안과 Big4 회계법인의 독점력을 완화하기 위해 Big4 회계법인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이 Big4 회계법인의 독점력 완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분식회계 방지나 감사품질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의 회계감사 시장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상장법인감사인등록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등록요건의 재검토와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상장법인감사인등록제는 상장법인의 감사품질 제고를 위해 사전에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회계법인에 한해서 상장법인감사인이 될 수 있도록 한 제도로서 2019년 1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사업연도부터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40개 회계법인이 등록되어 있다. 상장법인감사인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40명 이상의 공인회계사 확보, 경영전반의 통합관리 체계 구축, 적절한 품질관리실 운용, 이사의 성과평가 시 70% 이상의 감사업무 품질평가지표 반영 등의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상장법인감사인으로 등록한 일부 회계법인의 경우에는 외관상·형식적으로만 이를 준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장법인감사인 등록요건이 실질적으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 회계법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장법인감사인등록제 자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등록요건의 재검토와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non-Big4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제고가 필요하다. Big4 회계법인의 상장법인 감사 점유율 하락이 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긍정적이지만 만약 중?소형 상장법인이 깐깐한 감사를 피해서 Big4 회계법인을 피해서 간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non-Big4 회계법인의 경우에도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높은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특히 non-Big4 회계법인이 중·소형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감사에서 Big4 회계법인보다 더 높은 감사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면 Big4 회계법인의 점유율 하락은 환영할 만하다.
셋째, Big4 회계법인의 시장점유율 하락 효과가 일부 회계법인이 아닌 전체 회계법인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상위 10대 회계법인 중 Big4 회계법인을 제외한 상위 6위∼10위 회계법인의 상장법인 감사비중은 2019년 24.7%에서 2020년 36.0%로 11.3%p나 증가한 반면에 상위 11위 이하 나머지 회계법인의 감사비중은 37.1%에서 33.0%로 오히려 4.1%p 감소하였다. 이는 낙수효과가 일부 회계법인으로만 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십 년간 변하지 않던 회계감사 시장이 최근 변하기 시작한 것은 일단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 감사품질 제고로 이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변화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회계법인 간의 상생문화가 형성되어 회계법인 간 영업 위주의 지나친 경쟁이 재발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의 회계감사 시장 변화가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향상과 회계신인도 제고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