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적자 '허덕'…KB증권, 글로벌 경쟁력 물음표
미국·홍콩·베트남 등 해외법인 4곳 중 3곳 적자
해외사업환산손익, 64% 감소…동남아로 눈 돌려
공개 2021-09-08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KB증권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 영토를 확장하고 있지만, 해외법인 4곳 중 3곳은 적자에 허덕이며 글로벌 금융투자회사가 되겠다는 포부에 큰 흠집이 났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해외법인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KB증권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국민은행 등 KB금융(105560)지주 계열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초기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 발생과 외환시장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재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증권의 해외법인은 총 44억98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해외법인 순익은 작년 상반기(40억9078만원)에 견줘 7.8%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별로 보면 성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 1996년 3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까지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지만, 법인 4곳 중 3곳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뉴욕 현지법인(KBFG Securities America Inc)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마이너스(-)3억7801만원으로 1년 전(-7143만원)에 이어 적자가 확대됐으며, 홍콩 현지법인(KB Securities Hong Kong Ltd)의 순익은 5억2468만원에서 -3억3212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뉴욕법인은 2019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홍콩 법인의 반기순익(5억8805만원)은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IT(핀테크)업을 영위하는 베트남 ‘KB FINA JOINT STOCK COMPANY’의 순익은 -1억8587만원으로 작년 말 설립 이후 적자를 냈다.
 
싱가포르 법인 또한 2017년 KB자산운용에 넘겨주는 등 현지법인을 철수한 상태다. 유일하게 흑자를 낸 법인은 베트남 현지법인인 ‘KB SECURITIES VIETNAM JOINT STOCK COMPANY(이하 KBSV)’으로 53억579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KBSV의 순익은 1년 전보다 45.8% 증가했다.
 
앞서 KB증권은 2017년 현지 증권사인 메리타임증권(Maritime Securites Incorporation)의 지분 99.4%를 인수, KBSV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베트남현지법인은 브로커리지와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 투자자문(Investment banking advisory)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약 66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이머징마켓 허브로의 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KB증권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손을 뻗은 상황이다. 최근 KB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 10위권 증권사인 발부리증권과 인수 계약을 마치고,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트남에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덩치를 키워 수익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환율 변동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해외법인·지점 등의 재무와 통화를 반영한 해외사업환산손익은 66억8000만원으로 1년 전(188억원)보다 64% 감소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의 상반기 해외사업환산손익은 1673억원으로 34% 뛰었고, NH투자증권(005940)은 23.8% 증가한 28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홍콩·런던·인도 등 10개국에 법인의 세전순익이 1115억원으로 1년 전(588억원)보다 89.6% 급증하기도 했다.
 
한편 KB증권은 KB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작년 말 베트남 내 금융·IT·미디어 고객 기반을 보유한 G그룹과 KB FINA JOINT STOCK COMPANY를 설립해 금융플랫폼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는 등 수익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국법인의 경우 주식운용 부문에서 수익이 소폭 감소했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보수적으로 채권 등을 운용한 점이 (홍콩 법인 등의 순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증권사 인수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감독당국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라며 "KB FINA는 출범 초기 단계로 시장 진출 과정에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