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잇단 리콜 악재에 금 간 IPO 기대감…몸값 거품 꺼지나
연이은 충당금 설정으로 충당부채만 5713억원 달해
배터리 안전성 논란 지속되면 가격 협상력 등 약화될 우려도
공개 2021-09-07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ES)이 최근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EV의 배터리 리콜 사태로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충당금을 쌓게 됐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 추진하려던 기업공개(IPO) 일정도 불투명해지면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던 IPO 일정이 GM의 볼트EV 리콜 사태로 전면 수정되면서 연초 기대했던 100조원의 기업가치는 크게 쪼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LG.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0일 IPO 일정과 관련해 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한 IPO를 계속 추진할지 10월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볼트EV 리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심사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신청서를 접수한 거래소는 45영업일의 기간을 두고 해당 기업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45영업일을 채우기 전에 거래소에 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이다.
 
이는 잇따른 리콜 사태로 충당금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서 실적 둔화로 재무 안정성이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기업가치 평가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한 뒤 상장 작업에 다시 착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된 2019~2022년형 볼트EV 7만3000대에 대한 추가 리콜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GM은 지난해 11월 2017~2019년형 볼트EV 일부 모델만 리콜하기로 했으나, 지속되는 화재로 볼트EV와 볼트EUV 전 모델로 적용 범위를 늘리면서 리콜 대상 차량만 총 14만2000대로 확대됐다.
 
이번 추가 리콜에 따른 비용은 총 10억달러(약 1조1835억원)로 앞서 진행한 리콜 비용(8억달러)과 합산하면 18억달러(약 2조1304억원)에 달한다. 화재 사고가 난 볼트EV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066570)가 모듈로 조립한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에 1차 리콜 비용 8억달러(9410억원)에 대해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볼트EV 리콜 충당금으로 총 3256억원을 반영했으며, 이중 LG전자가 2346억원, LG에너지솔루션이 910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1차 리콜 비용 가운데 35%가량을 LG 측이 충당금으로 쌓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2차 리콜로 LG 측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41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에 1159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쉐보레 볼트EUV와 2022년형 볼트EV. 사진/한국지엠
 
지난해 10월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4611억원, 영업손실 4752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9조3851억원, 영업이익 1조655억원을 올리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터리 분야는 이제 막 시장을 개척해가는 과정으로, 일부 리콜 사태는 성장통으로 보고 있고 품질이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 상반기까지 충당부채로 쌓아둔 금액만 5713억원으로 전분기(2426억원) 보다 135% 증가한 수치다.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44%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적인 볼트EV 리콜로 인해 수 천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더 쌓게 되면 하반기에는 적자로 다시 돌아서게 되고, 이로 인해 재무 건전성도 떨어질 수 있다.
 
더욱이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충당금 설정을 포함한 총 4번의 분기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최대 성장동력원으로 꼽혔던 중대형 EV전지에 대한 안전성과 품질 문제로 향후 가격 협상력 등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우려로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보유한 LG화학(051910)의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LG화학은 71만100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시총이 50조1912억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100만원대의 주가를 기록하며 시총 72조5689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콜 비용 부담 규모 보다는 반복되는 충당금 설정으로 인한 우려로 주가가 예상보다 더욱 크게 반응했다”라며 “향후 분담 비율 등 불확실성 해소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1∼7월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사진/SNE리서치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진행시에도 이 같은 배터리 안정성 문제는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배터리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초 95조원 수준이었으나, 이날 시총은 206조5984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업계 1위를 차지했던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2배가량인 100조원 수준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점유율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밀리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은 자국 전기차 수요 증가로 30%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지켰고, LG에너지솔루션은 24.2%로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잇따르는 배터리 리콜 사태로 충당금 지출이 늘면서 재무 부담까지 않게 되자 연내 IPO를 추진하던 일정도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CATL은 자국의 지원으로 사실상 내수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점유율을 확대했다”라며 “국내는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지속되는 리콜 사태로 계속 부정적 이미지를 쌓게 되면 결국 배터리 분야에서 전체적인 신뢰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