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뒤늦은 M&A 행보…야놀자와 벌어진 격차 줄일까
여기어때, 인터파크 투자설명서 수령…여행·공연 시너지 가능
야놀자 2조원 유치 및 기업가치 10조원 평가…양사 격차 확대 배경
공개 2021-09-02 09:30:00
출처/여기어때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종합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가 인터파크(108790)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행과 공연 등의 비중이 높은 인터파크를 인수해 업황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한때 여행업계의 팽팽한 라이벌로 꼽혔던 야놀자가 어느새 1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는데 반해 여기어때는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크게 뒤처진 상황 속에서 한발 늦은 투자로 야놀자와의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기어때는 인터파크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으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물은 이기형 인터파크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이 갖는 지분 28%로 경영권을 포함한다. 예비 입찰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다.
 
이와 관련 여기어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확인해주기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다.
 
여기어때는 지난 2015년 주식회사 위드웹의 온라인 정보 제공 사업부문 및 전자상거래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출범했다. 2019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CVC캐피탈이 여기어때의 지분 60%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을 거쳤다.
 
여기어때와 양강구도를 갖는 업체로는 ‘야놀자’가 꼽힌다. 숙박 및 여가상품 예약 등의 동종업을 전개함에도 두 업체의 전략은 확연히 달랐다. 우선 여기어때는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스타트업임에도 설립 3년 차(2017년)에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를 달성하며 기반을 다졌다. 최근 3년간 매출을 살펴보면 2018년 686억원 →2019년 1027억원 →지난해 1287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했다.
 
반면 야놀자는 공격적인 투자로 덩치를 키웠다. 단순 숙박예약 플랫폼을 넘어 R(Refresh 재충전), E(Entertain 오락), S(Stay 숙박), T(Travel 여행)을 아우르는 ‘REST’ 서비스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야놀자의 사업구조는 숙박예약업부터 건축공사업, 부동산임대업 등 다양하게 가지가 뻗어 있다. 이들이 갖는 종속기업만 씨앤디(건축공사업)을 비롯해 에프앤지(호텔 프랜차이즈), 이지테크노시스(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 데일리호텔(호텔예약 서비스업), 레저큐(레저 액티비티 예약대행) 등 9개다.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분투자를 단행한 관계기업도 11개나 있다. 야놀자 관계기업이 올린 매출만 2019년 197억원, 지난해에는 250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지난해까지 여기어때가 투자한 기업은 망고플레이트(지분 100%) 1개뿐이다.
  
  
투자 결과는 실적 데이터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양사의 매출은 545억원(여기어때), 684억원(연결, 야놀자)으로 비등했지만 지난해 1600억원까지 벌어졌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격차가 크다. 앞서 2019년 여기어때가 CVC에 3000억원 규모에 인수될 시 매출이 684억원(2018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계산으로 당시 주가매출비율(PSR) 4.4배를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PSR 지표는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비상장 기업이나 적자상태 플랫폼 등 성장기 기업의 가치를 산출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어때 현재 몸값을 산출하기 위해 지난해 매출에 PSR 4.4배를 대입하면 5662억원 가량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1인자로 꼽히는 에어비앤비 PSR은 약 26배, 부킹홀딩스는 12배다. 세계적인 OTA 업체들이 10배 이상(PSR)을 적용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어때는 기술투자 등의 부재로 2년 전 매각과 비교해 벌크업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성장률도 더뎌 몸값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쟁자 야놀자는 지난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을 유치하면서 1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속성장 궤도를 달리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기업가치는 18~20배 수준으로 벌어지게 됐다.
 
출처/야놀자
 
여기어때는 대표이사 교체와 함께 분위기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정명훈 대표는 여기어때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사무소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대주주 출신 전문가를 경영에 직접 투입함으로써 경영성과를 높이고 투자효율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인터파크 사업이 여행레저에 특화돼 숙박플랫폼과 시너지가 큰 만큼, 여기어때가 이번 딜을 완수할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7년 국내 최초 온라인쇼핑몰로 출범한 인터파크는 투어와 공연 분야에 강점이 있는 종합 플랫폼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2019년) 인터파크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인터파크 거래총액에서 항공권을 포함한 투어 사업 매출 비중은 약 50%, 스포츠나 공연 티켓을 담당하는 ENT(엔터테인먼트·공연) 부문이 20%가량이다. 여기어때가 인터파크 인수 시 항공에서부터 문화·예술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인터파크 지분 28% 가격은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1500억~2000억원 내외로 거론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여기어때컴퍼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단기금융상품포함) 326억원,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등 포함)는 122억원 수준이다. 아울러 대주주 CVC가 여기어때 인수 당시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약속한 점을 고려하면 투자 여력도 있다는 평가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수합병(M&A)에 접근할 때 볼륨업 목적보다는 핵심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M&A 등 투자를) 염두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