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실적 갉아먹는 외식·레저사업…'자본잠식 턱밑'
이랜드파크·이츠 코로나19로 수익성 하락…패션부문 정상화와 대조적
이랜드월드, 지주 격으로 계열회사에 차입지원…재무안정성 '우려'
공개 2021-08-25 09:30:00
출처/이랜드파크 켄싱턴리조트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이랜드가 외식·레저 사업 침체로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회복세를 탄 패션과 유통부문과는 대조적으로 이랜드파크와 이랜드이츠는 자본잠식 늪에 턱밑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레저와 외식 분야 침체로 이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제공한 이랜드월드에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짙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이랜드월드’를 축으로 연결기준 패션, 유통, 레저, 기타사업(부동산매매 및 임대업) 등 크게 4가지 사업을 전개하는 대형그룹 집단이다. 레저부분을 담당하는 이랜드파크는 호텔을 비롯해 휴양콘도 객실서비스 등을 전개한다. 외식업의 경우 본래 이랜드파크가 통합적으로 관리했지만 지난 2019년 물적분할해 이랜드이츠로 분리됐다.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이츠 지분 100%를 갖는다.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는 패션사업을 전개한다. 이들은 비상장사로 분기별 실적을 공시하지 않지만,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이랜드월드 패션부분은 매출 6336억원, 영업이익은 579억원을 올렸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20%, 영업이익은 330% 성장했다. 지난해 1년 동안 패션부분 영업이익이 전체 204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코로나19 기저효과 및 보복소비 등으로 빠르게 회복 중인 셈이다.
 
문제는 외식과 레저부문이다. 부문별로 따져보면 레저를 담당하는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7% 줄어든 756억원, 영업손실 226억원을 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실제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와 관련해 손상차손으로 175억원 인식했다. 아울러 사용권자산(부동산, 비품, 구축물 등)에 83억원, 유형자산에는 25억원 규모를 대거 손상차손으로 계상한 바 있다. 손상차손은 시장가치 하락으로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보다 적다고 판단해 손실로 처리하는 조치로, 이는 미래 수익성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애슐리 등 뷔페를 중심으로 하는 이랜드이츠 역시 코로나19로 영업중단 등이 겹쳐 지난해 63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자본총계는 209년 1071억원에서 1년 만에 369억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역시 거리두기 등 외식 경기를 고려하면 지난해만큼 손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잠식 위기에 맞닥뜨렸다.
 
새식구와의 합도 고민이다. 지난 6월 이랜드파크는 스키장과 콘도업을 운영하는 예지실업을 흡수합병했다. 기존 종속회사로 두던 예지실업의 지부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품은 것이다. 각 리조트 사업별 고객들의 이익과 혜택 등을 연계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다만 예지실업이 일찌감치 자본잠식에 돌입했다는 게 문제다. 예지실업은 지난해 매출 84억원, 288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매출 169억원, 15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을 만큼 상황이 안 좋다. 지난해 말 기준 (-)443억원 자본잠식 상태다. 예지실업의 재무상태가 이랜드파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출처/이랜드이츠 애슐리
 
외식·레저 부문 침체는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에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 지분을 각각 51%, 48.97%를 갖는 대주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사시 계열사에 차입제공 등 재정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에게서 빌린 총 600억원에 대해서 차입기간을 1년 연장하고, 이랜드월드에는 추가로 663억원을 또 손 벌렸다. 지금까지 이랜드파크가 이랜드월드에 차입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이랜드월드는 이랜드파크 차입금에 대해 뉴트럴인베스트유한회사 등 여러 업체와 약 1412억원 한도로 자금보충확약을 맺고 있다. 예지실업의 차입금과 관련해서도 1270억원 자금보충확약을 체결하고 있다. 자금보충확약은 자회사 등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지배회사가) 자금을 자회사에 지원해 대출금을 갚도록 한다는 약정이다. 계열사 지원 규모가 상당한 데다, 자금회수도 지체되면서 상위회사로 재무압박이 고리처럼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룹 내 두 번째로 큰 매출 포션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도 재정 부담이 늘어났다.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이익창출력이 저하된 상황에서도 차입을 활용해 이랜드파크에 300억원을 대여해 주고, 증자에 216억원 등을 투입하는 등 큰 폭으로 자금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계열사 지원 등이 늘어나면서 2019년 연결기준 이랜드리테일의 리스부채를 포함한 순차입금은 1.9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2.2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이랜드이츠는 HMR(가정간편식)과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합리적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라면서 “애슐리의 경우 배달과 HMR 모두 매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랜드월드의 재무부담과 관련해서는 “이랜드월드가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만큼, (계열회사 등 지원에도) 재정적으로 위험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 “이랜드월드의 금융비용 총액과 평균조달률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 대비해 리파이낸싱 작업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