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한국조선해양, 실적 변동성 확대…신용도 악영향
영업실적 저조한데 9000억 손실까지···"신용도에 부담"
"독과점 우려로 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관련 불확실성 존재"
공개 2021-07-27 09:2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국조선해양의 실적 변동성 확대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재무안정성이 높은 편이어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강재값 협상 결과와 앞으로의 신규 수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한국조선해양의 대규모 영업손실에 대해 “고정비 부담·일부 저선가 수주분의 실적 반영 등으로 저조한 영업실적이 나타나는 가운데, 원재료가 급등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라며 “확대된 실적 변동성은 신용도 상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지주(267250))그룹 내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21일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매출액 3조7973억원·영업손실 897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손실의 원인은 강재값 상승 예상에 따른 9105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이었다.
 
 
지난 2020년 1t에 60만원 수준이던 국내 후판(내수) 가격은 철광석 가격의 상승과 공급자
우위의 철강 수급 요건 등으로 올해 들어 작년의 2배인 130만원까지 상승했다. 최근에는 120만원 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반기 결산 시 반영한 하반기 강재 단가는 상반기 대비 약 50% 이상 상승한 단가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강재 가격이 통상 원가의 18% 내외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신조선가가 9% 이상은 상승해야 강재가 인상 부담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실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장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 한국신용평가 선임 애널리스트는 “재무안정성이 양호하고 최근 신규 수주가 크게 확대돼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창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현 신용등급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선박 건조 가격 상승도 한국조선해양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6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141.16포인트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는 세계 선박 건조 가격 평균을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해운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상 운임이 높아지자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 발주를 늘려 선가도 오르는 것이다.
 
 
클락슨리서치의 집계 결과 컨테이너선(1만3000~1만4000TEU) 가격은 올해 2월 1억500만달러에서 6월 1억2800만달러까지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올해 초까지 1억85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1억9300만달러까지 올랐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협상 결과에 따라 강재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도 있고, 강재값 인상분이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서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요인으로 강재 가격 협상 결과와 후판 가격 추이, 신조선가 변화와 신규 수주의 수익성 등을 꼽았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이미 상반기에 수주 목표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는 충분히 수익이 확보되는 물량에 대해서만 수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외에 한국조선해양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있다.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EU와 일본의 기업결합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현재 한국·EU·일본의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데, 글로벌 LNG선 시장에서 양 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약 60%(수주잔고 기준)에 육박해 독과점 우려에 따른 기업결합승인 관련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며 이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