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5000억·연 매출 2조 돌파 전망···배터리 소재 성장 덕분LG화학 등 소재 내재화 기조·중국 기업 약진···고객 다변화 속도 내야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포스코케미칼(003670)에 미래 수익성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도 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연 매출 2조원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면에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과 배터리 제조사들의 소재 내재화 기조가 포스코케미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23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업계에서 추정하는 포스코케미칼의 2분기 매출은 4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346억원으로 전년도보다 무려 743.66% 성장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 배터리 소재 부문의 성장을 꼽는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부문 매출은 지난해 2분기 540억원에서 222% 넘게 증가해 올해 2분기 17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극재 부문 역시 같은 기간 410억원에서 540억원으로 31.7%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포스코케미칼의 3분기 매출은 5000억원을 돌파하고 연매출 역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수요에 따라 설비 증설 등 투자를 결정하는 배터리 업계의 구조를 고려할 때, 포스코케미칼이 올해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은 크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월 양극재 광양공장의 4단계 증설을 결정한 데에 이어, 5개월 만에 포항공장에 6만t 규모의 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포스코케미칼의 최대 고객사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소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14일 “세계 1위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6조원을 투자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음극 바인더·방열 접착제·탄소나노튜브(CNT) 등까지 폭넓게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양극재 사업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생산 6만t 규모의 구미공장을 올해 12월에 착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연 생산 4만t 규모의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중국 장수성 우시 공장의 가동을 시작했다. 우시 공장과 함께 연 생산 4만t 규모의 전구체 합작 생산법인 취저우 공장도 가동하고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로 코발트·니켈·망간 등을 합쳐 만든다.
LG화학 청주 공장 전경/LG화학
중국 우시·취저우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극재와 전구체는 전량 LG에너지솔루션 남경 배터리 공장(소형·전기차·ESS)과 유럽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 공급된다. 지난해 말부터는 청주 공장에 3만t 규모의 신규 증설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올해 말 착공 예정인 연산 6만t 규모의 구미공장까지 완공되면,
LG화학(051910)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만t에서 2026년 26만t으로 5배 이상 늘어난다. 현재 30% 수준인 양극재 내재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LG화학과 에너지솔루션의 목표다.
현재 포스코케미칼의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 매출은 2566억원으로 전체의 48.1%에 달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이 중 대부분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의 공급에서 발생한다. LG화학과 에너지솔루션이 계획대로 소재 내재화율을 높일 경우,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포스코케미칼이 내놓은 대안은 고객 다양화다. 포스코케미칼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와 권역별 공급망 구축 등 시장 변화가 포스코케미칼과 같은 사업 역량을 갖춘 소재사에 성증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적극적인 투자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인 곳은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GM 등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셀을 개발해 전체 수요의 80%를 직접 생산해 조달할 계획이며, 테슬라는 2030년까지 3테라와트(TWh) 규모의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방침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앞으로 모기업 포스코(
POSCO(005490))가 가진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의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테슬라와 폭스바겐·도요타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글로벌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극재와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0%, 수산화리튬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SNE리서치의 조사 결과 현재 국가별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58%로 가장 크고, 우리나라는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음극재 역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6.4%에 달하며, 한국의 점유율은 8.7%에 그친다.
실제로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셀 개발을 위해 중국의 궈쉬안 하이테크(궈쉬안)와 협력하기로 했는데, 궈쉬안은 지난 3월 우리돈 2조 1400억원가량을 투자해 전기차 리튬배터리 전공정 재료와 배터리 재활용 등 프로젝트 관련 생산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는
SK(034730)그룹과
삼성SDI(006400)가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소재를 직접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SK머티리얼즈(036490)는 지난 20일 미국의 그룹14테크놀로지(그룹14)와 합작사 ‘SK머티리얼즈 그룹14(가칭)’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그룹14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R&D) 기업으로, 실리콘 음극재 관련 기술과 특허를 보유 중이다. SK머티리얼즈 측은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차세대 배터리 소재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재 분야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중국 EVE에너지·BTR과 합작사를 세워 양극재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의 합작사 '에코프로이엠' 착공식/삼성SDI
삼성SDI도 18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세웠다. 내년 상반기부터 연 3만1000t 규모 양극재를 생산하고, 2024년까지 생산량을 18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시장이 2026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글로벌 대기업들의 투자와 진출도 빠른 상황”이라며 “포스코케미칼이 고객 다변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수년 뒤에는 뒤처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