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저축은행 품는 KTB투자증권…성배냐 독배냐 갈림길
소매금융부문 사업 영역 확대 예상…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기대
유진저축은행 대출포트폴리오, 코로나19 장기화 시 위험 큰 수준 의견도
공개 2021-07-15 09:50:00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KTB투자증권(030210)이 유진저축은행 지분 51%를 약 2003억원에 인수하기로 한가운데 성배가 될지 독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시 감내해야 할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대두돼서다. 여기다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 유진에스비홀딩스의 지분 90.1%를 3539억원에 넘겨받기로 해서다.
 
KTB투자증권은 유진제사호레라클레스사모펀드(PEF)가 소유한 86.08% 전부와 유진기업이 가진 4.02%를 취득하고 향후 39.1%를 기관투자자 등 제3자에게 되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진기업은 보통주 9%를 보유하게 됐다.
 
일각에선 KTB투자증권이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하자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존 증권, 자산운용, 벤처캐피털(VC)에 소매금융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며 그룹 계열사 사이의 수익 창출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유진저축은행의 총자산은 3조381억원으로 업계 7위, 당기순이익 225억원으로 업계 4위를 기록 중이라며 자기자본(BIS) 비율도 16.45%로 국제결제은행이 규정하고 있는 최저기준 8%를 크게 상회 중이라고 기대했다.
 
KTB투자증권은 외부자금 동원 우려도 불식시켰다. KTB투자증권은 100% 자회사인 KTB네트워크가 지난달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방식으로 1540억원을 확보했고,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457억원으로 별도 조달 없이 인수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업계에선 KTB투자증권이 외부 차입을 통해 유진저축은행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또 외부차입부채가 늘어나면서 단순레버리지비율도 오를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KTB투자증권이 내부자금을 사용하면서 가능성을 잠재웠다.
 
추가적인 배당금 수익도 기대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이후 배당금수익 규모에 따라 수익 변동이 컸다. 그러나 최근 5년 평균 총자산수익률(ROA)이 2%로 나타나며 우수한 수익성을 시현해왔다. 유진저축은행은 최근 3년간 평균 8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불했다.
 
KTB투자증권이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하면서 성배가 될지 독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출처/KTB투자증권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신용평가사는 유진저축은행이 코로나19에 민감한 개인신용대출 위주의 대출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위험이 큰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034950)가 발표한 유진저축은행 대출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액은 1조2025억원으로 총여신 중 44.3%로 집계됐다. 또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5278억원으로 개인신용대출에서 44%를 점유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유진저축은행의 신용점수별 차주 분포는 650~749점이 가장 많은 50.1%, 750~799점이 29.7%, 1~649점·무점수가 11.3%, 800~1000점이 8.9%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고객이 대부분인 저축은행 특성상 경기 변화에 취약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높은 고금리대출 비중이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기평은 올해 1분기 유진저축은행은 총여신의 10%가 고금리대출이었다며 지난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운용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태영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상승했다”라며 “유진저축은행 입장에선 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토스뱅크 출범이 가시화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수신 경쟁도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또 “타 금융업권 대비 차주 신용도가 열위하고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다”라며 “코로나19 여파가 개인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이어진다면 자산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KTB투자증권에 대해 유진저축은행 지분 취득 이후 전반적인 사업경쟁력 및 재무안정성 변화를 신용평가에 반영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유진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산의 잠재부실 위험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진저축은행 실사 결과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나타냈다”라며 “대출포트폴리오도 개인과 기업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안정화됐다고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저축은행 관계자도 “지난해 여신 성장 폭이 크지 않았다”라며 “코로나19 등 위기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안전한 대출자산을 선별해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타 대형저축은행보다 건전성 관리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편, 올해 1분기 말 유진저축은행의 차주유형별 총여신 구성은 대기업 2.2%, 중소기업 38.2%, 가계 52.4%로 산출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1%로 업계 평균 5.1%보다 2%p 우수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97억원 대비 132% 성장했다.
 
유진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차감 전 대출채권은 지난해 2조6808억원으로 전년 2조4068억원 대비 11.38% 늘어났으며 2017~2019년 평균 대출채권 상승률 16.27%를 4.89% 하회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