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2021년, 왜 ESG인가)⑥너도나도 'ESG 투자 붐'…위장술 '그린워싱' 주의
주식형 ESG펀드 수익률, 11.84%…올 들어 6500억원 유입
"실질적 경영성과·투자 중요·옥석가려야"…공시 강화도 필요
공개 2021-07-23 09:10:00
이제 사람들은 기업에게 ‘이윤추구’만을 바라지 않는다. 친환경, 불평등 완화, 투명한 의사결정 등 사회적 가치를 요구하며 ‘ESG’가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도 ESG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비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대출 등 금융거래와 정부사업 입찰, 인수·합병(M&A)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 설립,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 ESG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의 부대조건이 아닌 본류로 부상하며, 2021년은 ESG가 경영의 핵심이 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2주년을 맞아 기업이 왜 ESG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향후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산업군에 따른 ESG 경영 현황과 과제 등을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제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로 주목받으며 뜨거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펀드와 채권 등 ESG를 앞세워 늘어나는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고, 투자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해운·전기전자·반도체 등 전통산업 뿐만 아니라 IT와 금융사까지 ‘ESG경영’을 선포하며 관련 상품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 기관을 비롯해 민간 기업까지 ESG 투자에 나서며 ESG가 이제 명실상부한 주류 투자 방식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ESG를 실천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인 척만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뉴시스
 
공모펀드 위축에도 뭉칫돈 몰린 ESG펀드…올들어 최고 25% 수익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식형 ESG펀드 39개의 설정액은 1조3062억원으로 연초 이후 6506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채권형 ESG펀드 8개의 설정액은 5200억원으로 670억원 늘어났다. 사모펀드 사태와 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공모시장 위축으로 올들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1조2325억원의 뭉칫돈이 유출된 것을 고려하면 ESG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ESG펀드는 기업의 재무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인 측면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으로, 주식·채권형 ESG펀드의 순자산은 현재 2조2775억원, 5352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 사태가 발생한데다 정부가 ‘한국형 뉴딜’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데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수익률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주식형ESG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84%로 국내주식형(11.14%)·해외주식형(10.92%)을 상회하며, 채권형ESG펀드 수익률도 0.42%로 국내채권형(0.20%)을 웃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시현한 브이아이포커스ESG리더스150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4.88%로 나왔다. 해당 펀드는 한국거래소의 ESG Leaders 150 지수를 추종하며, HMM(011200)SK이노베이션(096770)·KB금융(105560)·금호석유(01178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초 이후 18.25% 수익률을 올린 미래에셋좋은기업ESG펀드 또한 KRX ESG Leaders 150을 비교지수로 삼고 있으며, 삼성전자(005930)·네이버(NAVER(035420)SK하이닉스(00066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즈에프엔(WISEfn)에서 산출해 공표하는 ‘WISE ESG우수기업 지수’의 변동률을 추종·운용하는 ‘한화ARIRANGESG우수기업ETF’의 경우 에스원(012750)·CJ제일제당(097950)·삼천리 등을 상위 구성종목으로 삼아 18.10%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존 펀드와 차별성 부족…공시 통해 정보비대칭성 해소해야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앞다퉈 ESG관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개별 투자처별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관련 투자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편입된 종목의 차별성이 부족하고 평가 기관에 따라 ESG등급이나 공시 정보의 범위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지속가능ESG 펀드'의 경우 삼성전자(23.42%)와 현대차(4.55%), SK하이닉스(4.45%)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투자하고 있으며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 200ESG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또한 삼성전자 비중이 25.99%에 달한다. 대형주에 투자하는 기존 펀드와 차별성이 부족한 셈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ESG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나 발행은 지속 확대될 전망이고,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ESG가 기업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유행을 좇는 ESG상품이 아닌 기업의 '본질 가치'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SG로 포장하는 무늬만 ESG인 펀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그린워싱을 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ESG 경영을 선언하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ESG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그린워싱과 ESG버블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투자업계도 마찬가지로 ESG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펀드는 명칭만 'ESG'로 변경하고 기존 펀드 포트폴리오 변경 없이 운용하는 등 그린워싱 사례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윤 연구원은 "실질적인 ESG 경영과 투자가 중요하다"면서 "금융당국은 추후 ESG관련 구체적인 운용 기준 세부방침과 징계 수위 등 가이드라인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ESG 평가기관의 평가체계가 일관되지 않은 만큼, 기업별 인증절차 도입 등 공시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SG 성과에 기초한 자원배분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자율공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는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은 재무적 위험성과 직결되는 ESG 요소에 대해 엄밀히 평가하고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충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