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LG디스플레이…베트남서 백신 못 구해 '순익 휘청' 우려
LG 계열사 몰린 하이퐁, 확진자 나온 하노이서 차로 2시간 거리
LGD 베트남 법인 1분기 순이익 비중, 전체의 62%···이노텍 40%·전자 17%
공개 2021-07-13 10: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도 2000명 가까이 쏟아져 나오는 등 확산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베트남에 지사를 둔 우리 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은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 비중이 큰 데에 비해 아직까지 직원용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066570)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011070) 등 LG그룹 계열사의 베트남 법인은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005930)CJ(001040) 등은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LG’라는 사명을 붙이고 그룹 계열사로서 베트남에서 운영되는 법인은 8개 정도다. LG 측 관계자는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 “현재 베트남 남부 호치민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데, LG그룹 계열사가 모여있는 하이퐁의 경우 호치민에서 거리가 멀고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백신 확보와 접종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코로나19는 호찌민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베트남 보건당국에 의하면 베트남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나흘 연속 최다치를 경신했는데, 지난 11일 신규 확진자는 1945명이었다. 이들 확진자 중 무려 1397명이 호찌민시에서 나왔다. 
 
베트남 지도/구글 지도
 
백신 수급이 어려운 베트남 상황상 확진자가 급증한 호찌민과 그 주변을 우선으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LG그룹 계열사들이 있는 베트남 하이퐁은 호찌민에서 약 1500km 떨어져 있어 백신 확보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LG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CJ의 경우 호찌민에 거점이 있어 백신을 먼저 접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설명되지만, 역시 1차 접종을 마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공장은 하이퐁 인근의 박닌성·타이응우옌성에 있다. 호찌민시와의 거리도 하이퐁과 거의 차이가 없어, 백신 확보 지연을 해명할 근거가 더 필요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날 기준 하이퐁 인근의 하노이에서도 확진자 7명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하이퐁까지는 약 120km로, 차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금 같은 속도로 이어질 경우, 하이퐁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하이퐁에서도 확진자가 늘어 공장이 가동 중지에 들어갈 경우,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 하노이 법인(LG Display Vietnam Haiphong Co., Ltd)은 베트남에 설립된 LG그룹 계열사 중 직원 수 등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LG디스플레이의 총 당기순이익에서 베트남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트남 법인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645억3300만원으로,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의 총 당기순이익인 2658억원의 약 62%에 달한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18년부터 이어진 당기순손실이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베트남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경우 실적 개선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법인의 실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LG이노텍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1분기 LG이노텍 베트남 법인(LG Innotek Vietnam Haiphong Co., Ltd)의 당기순이익은 985억6400만원이다. LG이노텍의 1분기 총 당기순이익 2514억원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 2017년 완공된 LG이노텍 베트남 법인은 애플 등에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해외 대표 거점 중 한 곳이어서, 공장 가동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
 
생활가전과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베트남 법인(LG Electronics Vietnam Haiphong Co., Ltd)의 1분기 당기순이익도 1968억1500만원, 전체 순이익의 약 17%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LG 관계자는 “LG전자 베트남 법인에서 디스플레이·이노텍 등 계열사의 백신 확보까지 일원화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백신 기금 기부·베트남 대사를 통한 지원 요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백신 수급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