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수혈받는 에어부산…재무정상화는 여전히 '까마득'
상장 심사 대상 돼 유상증자 어려워…거래 정지 최대 1년 연장 가능성
LCC 출혈 경쟁·항공유값 인상 가능성…미래 수익성 장담 못 해
공개 2021-06-30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는 에어부산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영구전환사채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재무건전성 우려에 대한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 실질 심사 대상이 되면서 거래정지 기간이 더 길어진 데다, 유가 상승으로 수익성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에어부산의 재무상태가 개선되려면 3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2000억원 이상의 자금조달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 24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대상은 아시아나항공이며 발행 규모는 총 300억원, 만기일은 2051년 6월24일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7.2%이고, 원금상환은 만기일에 전액을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에어부산이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선택한 이유는 영구전환사채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에 대해 ‘에어부산이 상장 실질 심사 확정으로 재무건전성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자, 급한 대로 최대주주에 손을 뻗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지난달 26일 에어부산은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를 받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구속 기소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고, 지난 17일 아시아나항공 등과 함께 실질 심사 대상으로 확정됐다.
 
실질 심사의 직접적인 원인인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는 금호기업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조기 상환받으며 사실상 해소됐다. 경영 투명성 문제도 현재는 산업은행으로부터 경영 전반에 대해 관리를 받고 있어 큰 지적 사항이 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열악한 재무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올 1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34.4%를 기록하며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에어부산의 매출은 2019년부터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전년도보다 70% 급감한 189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영업이익도 전년도보다 약 283.5% 줄며 적자로 전환했고, 작년에는 적자가 399.2% 이상 증가해 1887억원 손실을 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201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에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에는 1285억원의 손실을 봤다.
 
 
5000억원에 육박하는 차입금 규모도 큰 부담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에어부산의 총차입금은 5282억원, 순차입금 규모는 4907억원에 달한다. 총차입금 의존도와 순차입금 의존도 역시 각각 53.2%·49.4%로 건전성 기준인 30%를 크게 웃돌고 있다. 2019년 800%를 넘어선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1744.2%까지 올랐다. 최근 영구전환사채로 지원받은 300억원의 자금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차입금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1180억원에 달해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에어부산 측에서도 자금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질 심사로 인해 거래정지가 길어지며 이마저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에어부산의 경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문제가 됐고, 단기간에 실적이 떨어진 것이어서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재무건전성 문제를 들며 ‘개선기간’을 부여할 경우 거래정지 기간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날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에어부산의 유상증자가 유의미한 수준이 되려면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라며 “최대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부터 항공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다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백신 접종으로 여행 수요가 늘고 있지만,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는 않고 있다”라며 “아직 수요 회복 시기를 점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에어부산의 수익성이 나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실적 개선을 위해 앞다퉈 국내선 운항 횟수 등을 늘리며 저가 출혈경쟁이 더욱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항공유값 인상 가능성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배럴당 43달러였던 국제 유가는 최근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항공사의 경우 전체 영업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로 가장 크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현재는 항공 수요의 회복이 더뎌 항공유 재고가 많은 상황이지만, 본격적으로 여행 수요가 개선되고 수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항공유값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에어부산 측은 이에 대해 “유류할증료로 항공유 비용 상승분의 일부를 상쇄할 순 있겠지만, 그 외에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