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달팽이크림 신화…침체터널 끝 안보이는 '잇츠한불'
잇츠한불, 올해 1분기 영업이익·당기순이익 하락
영업이익률·순이익률 하락세…재고자산 건정성 우려 '솔솔'
회사 측 "포트폴리오 다각화할 것"
공개 2021-06-30 09: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뷰티업계가 올해 들어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상승곡선을 타고 있지만, 잇츠한불(226320)은 수년간 계속되는 침체를 끊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5년 새 반 토막 났고 뒷걸음질 치는 실적에 수장은 무려 5명이나 바뀌는 등 문책 내지 경질성 인사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잇츠한불의 수익성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면서 활동성 지표가 낮아지고, 비교적 탄탄한 수준을 자랑했던 재무구조까지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잇츠한불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하락한 29억원 당기순이익은 17.6% 감소한 2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 증가한 375억원에 그쳤다.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에서부터 토니모리(214420) 등 중저가 브랜드까지 일제히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는 다소 상이한 모습이다.
 
잇츠한불은 한불화장품을 뿌리로 하는 30년 전통의 국내 뷰티기업이다. 지난 2006년 자회사 잇츠스킨 설립하는 등 다각화를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이후 지난 2017년 자회사 잇츠스킨과 한불화장품을 합병하면서 잇츠한불로 재탄생했다. 이들은 자회사 잇츠스킨의 달팽이크림 히트로 중국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사드 여파 이후 급격한 하락세 국면을 타기 시작했다. 잇츠한불 매출은 2016년 3260억원에서 지난해 1463억원까지 반 토막넘게 떨어졌다. 이와 맞물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표이사만 5번이 바뀌었지만, 기세 전환에 실패하며 줄줄이 경질됐다.
 
잇츠한불 미드림센터. 출처/잇츠한불
 
잇츠한불은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8.5%, 순차입금비율도 마이너스 기조로 비교적 높은 재무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매출 하락세 속 수익성 지표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 보니 재정상태 악화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지난 2018년 9.3%→2019년 6.4%→지난해 2.6%, 순이익률은 8.7%→3.7%→지난해 –2.4% 마이너스 기조로 전환하는 등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이자보상배율도 22.4배→12.2배→3.7배로 내려가 금융 부담이 과거와 비교해 커진 상태다.
 
사업실적 악화 속 활동성을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은 2018년 5.77회→ 2019년 5.42회→ 지난해 4.5회로 떨어졌고 매출채권회전율 2018년 8.11회에서 2019년에 9.35회로 소폭 오르더니 지난해 다시 8.38회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매출채권회전일수는 45일→39일→43일, 재고자산회전일수는 63일→67일→81일로 느려졌다. 화장품업계는 유행에 민감하고 의류 등과는 다르게 유통기간이 존재하는 만큼 재고자산회전율 악화는 곧 폐기손실로 이어져 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잇츠한불은 재고자산폐기손실로 2018년 5억원을 처리했는데, 2019년과 지난해 연속 훌쩍 증가한 30억원 가량을 계상한 바 있다. 재고자산평가손실도 지난해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난 1억5000만원을 인식했다.
 
 
 
설상가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업구조 다각화 시도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잇츠한불은 지난 2018년 자사 화장품 브랜드인 ‘이네이처’를 떼어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자연주의 라인 확대와 해외시장 등 사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하고자 했던 결단으로 오너가 임병철 회장의 아들인 임진성 대표가 이네이처코리아 수장을 맡을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의지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수익성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2019년 기준 이네이처 매출은 연결기준 약 1%에 그쳤다. 이네이처는 2018년 법인 설립 당해년도 순손실 12억원, 이듬해에는 20억원으로 적자가 쌓이더니 완전자본잠식(-19억원)에 빠졌다. 결국 이네이처코리아는 지난해 8월 독립적으로 출범한 지 만 3년도 지나지 않아 청산을 맞게 됐다. 현재 이네이처는 법인청산 이후 잇츠한불 본사로 거처를 옮겨 존속하고 있다.
 
이네이처. 출처/잇츠한불
 
달팽이크림 이후 대표 상품으로 꼽힐만한 메가히트 상품이 없다는 점도 우려 요소다. 잇츠한불은 과거 자회사 잇츠스킨의 메가히트 상품인 달팽이 크림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일명 달팽이 라인으로 불리는 ‘데스까르고’ 라인이 지난해 잇츠한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3%가량이나 된다. 다만 달팽이 라인 이후 새롭게 선보인 색조라인 '안느' 등이 지지부진하며 이렇다 할 히트라인이 부족해 유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잇츠한불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실적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회사 ‘네오팜’ 성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네오팜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른 더마코스메틱에 강점을 갖는 업체로 아토팜, 리얼베리어, 더마비 등 민감성 피부를 위한 라인에 특화되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잇츠한불은 네오팜의 지분 37.2%를 보유해 실질적 지배상태인데, 네오팜이 연결 기준 매출에 차지하는 비율이 55.8%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올해 네오팜이 전년 대비 매출 13%, 영업이익은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 하반기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면서 "잇츠스킨 외에도 남성 브랜드 퀘파쏘, 비건 브랜드 딕셔니스트와 체이싱래빗, 더마 브랜드 플라멜엠디 등 다양한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는 데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