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역성장' 비씨카드…케이뱅크 탓에 자금력·신용도 불안
케이뱅크에 4000억원 투입할 듯…1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 3038억원
마스터카드 지분 매각 시 법인세 확대로 수익성 악화 불가피
공개 2021-05-27 10:00:00
비씨카드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금 여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출처/비씨카드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나선 비씨카드가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한 데다 자금 여력에도 물음표가 붙으며 신용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증자액의 30%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7월처럼 금융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통해 1조20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총증자액의 30% 규모로 참여하고 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 국내 PEF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이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비씨카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 3038억원으로 집계됐다. 4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비씨카드 입장에선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비씨카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 동기 2318억원 대비 31.06% 증가했다. 하지만 상승분 1001억원 중 대부분이 사채 발행(999억원)으로 유입됐다. 즉 영업활동으로 자산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외부자금 조달로 증대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7년 이후 비씨카드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비씨카드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7년 1472억원 ▲2018년 955억원 ▲2019년 1154억원 ▲지난해 696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반짝 개선됐지만, 지난해 39.69%나 꼬꾸라졌다.
 
일반 카드사와 달리 비씨카드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요 수익으로 잡혀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간소비가 감소하면서 비씨카드 전체 영업수익에서 90%가량을 차지하는 매입업무 수익은 지난 2019년 3조799억원에서 지난해 2조9619억원으로 3.83% 줄었다.
 
반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신한카드(15.65%) ▲KB국민카드(3.03%) ▲삼성카드(029780)(029780)(13.46%) ▲현대카드(35.97%) ▲하나카드(63.49%) ▲우리카드(7.85%) ▲롯데카드(56.31%)는 성장했다.
 
비씨카드는 올해 1분기에도 1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전년 동기 266억원 대비 40.39% 후퇴했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6891억원 대비 6.17% 증가한 7344억원을 시현했지만, 같은 기간 법인세 비용이 73억원에서 184억원으로 152.02% 불어나면서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 비씨카드는 마스터카드 보유 주식 145만4000주 중 95만주를 3508억원에 처분했으며 그 과정에서 법인세 비용이 대거 발생했다. 기업이 보유 주식을 팔면 매각 차익의 22%가 법인세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비씨카드가 이번 유상증자 대금 마련을 위해 마스터카드 잔여 지분을 모두 처분한다면 법인세를 약 431억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비씨카드의 마스터카드 장부가액은 1957억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은 케이뱅크가 비씨카드의 신용등급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케이뱅크로 인해 비씨카드의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고 재무적 안전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뱅크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45.79%로 출범 이후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10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결손금은 3974억원을 나타냈다. 순손실액도 지난 2017년 838억원, 2018년 797억원, 2019년 1008억원으로 개선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
 
이에 따라 비씨카드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1분기 97억원을 나타내며 전년 동기 272억원 대비 64.34% 급감했다. 연간 당기순이익도 2017년 1561억원, 2018년 709억원, 2019년 1157억원으로 반등하나 싶더니 지난해 5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9% 떨어졌다. 문제는 대규모 자금 투입에도 케이뱅크의 실적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비씨카드가 보유 중인 마스터카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대응이 일정 부분 가능할 전망이나 향후 케이뱅크 정상화 지연 시 유동성 부담이 상승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며 “기존 신용등급 하향변동 요인에 자회사 지원 부담에 따른 사업 재무리스크 확대를 추가한다”라고 말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도 “케이뱅크가 2017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당기순손실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케이뱅크가 추가 유상증자 참여 등 계열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따라서 향후 케이뱅크의 실적 개선 여부 및 회사의 추가적인 증자 참여 여부와 규모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비씨카드와 케이뱅크는 유상증자와 관련된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케이뱅크 측으로부터 유상증자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으며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사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7월 비씨카드는 모회사 KT(030200)를 대신해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자 구원 등판한 것이다. 당시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10%를 취득하고 4000억원 규모의 신주유상증자에 약 2000억원을 투입하며 지분 34%를 확보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