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우리 일상생활 속 회계
공개 2021-05-28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남해군 ‘우리마을 회계주치의’ 사업 본격화”
“전남교육청, 알기 쉬운 학교회계 동영상 제2편 제작”
 
최근의 신문기사 제목이다. 남해군의 ‘우리마을 회계주치의’ 사업은 회계분야 퇴직 전문인력이 관내 경로당 임원들에게 회계와 보조금 정산 교육을 실시하여 어르신들이 경로당 보조금 회계·정산에 도움을 주는 사업이라고 한다. ‘알기쉬운 학교회계’는 학교회계가 어렵다는 교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1편에서는 학교회계의 예산에 대한 내용을 사례 위주로 설명하고, 2편에서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설명을 통해 업무추진비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가 왠지 우리 일상생활 속에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이처럼 회계는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회계를 본격적으로 공부한다면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먼저 배우는 용어가 대변과 차변이다. 로마 시대에 주인이 노예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오른쪽에 적었는데 ‘대여한 것을 기록하는 곳’이므로 대변(貸邊)이라 하였고, 차입하는 노예는 왼쪽에 적었는데 ‘차입한 것을 기록하는 곳’이므로 차변(借邊)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대변과 차변을 대조하는 재무제표’라는 의미의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오늘날에는 대변과 차변이라는 용어의 원래 의미는 사라지고 단순히 오른쪽과 왼쪽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고, 대차대조표는 ‘재무상태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회계에서 여전히 대변과 차변이라는 용어는 사용되고 있다. 
 
‘회계’하면 떠오르는 것이 숫자이므로 필자가 ‘회계학 교수’라고 하면 가끔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했느냐?’ 또는 ‘암산을 잘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회계를 하는 사람은 왠지 인수분해, 지수와 로그, 미분과 적분 등을 잘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회계에서는 더하기와 빼기만 주로 사용되고 곱하기와 나누기는 잘 사용되지도 않는다.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누구나 회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회계를 하는 사람은 암산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계산기를 주로 이용했고, 최근에는 엑셀을 주로 이용하여 계산하며 암산은 하지 않는다. 어쩌다 암산하면 꼭 틀리기 때문이다.
 
회계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사실대로 밝히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몰라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마을 회계주치의’ 사업을 통해 보조금 정산에 대해 알려주고 ‘알기쉬운 학교회계’ 사업을 통해 학교 예산제도와 업무추진비 등에 대하여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경로당의 보조금 관련 회계나 학교의 업무추진비 회계는 대변이나 차변과 같은 복잡한 회계용어를 몰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회계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을 없앤다면 회계는 얼마든지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다. 
 
최근에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의 부실 재무제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2020년 재무제표에 대하여 ‘감사범위 제한’으로 ‘한정의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감사범위 제한’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는데, 2020년에도 한정의견을 받은 것이다. 재향군인회는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와는 달리 주주나 채권자 등과 같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아서 적정의견을 받지 않아도 피해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 재무제표는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재향군인회의 재무제표 이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향군인회에서 수고하는 분들이 불투명한 회계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에 비영리단체의 불투명한 회계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 비영리단체의 불투명한 회계 때문에 비영리단체에서 수고하는 분들의 노력이 퇴색되는 것 같다. 비영리단체의 회계투명성 제고는 비영리단체를 감시·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비영리단체가 본래의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는 경로당이나 학교, 재향군인회도 마찬가지다. 비영리단체의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회계에 대한 비영리단체 종사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일수록 회계는 간단하므로 소규모의 비영리단체도 회계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온 회계가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데 더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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