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날아가는데…애경산업,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 왜?
애경산업 1분기 매출·영업이익 각각 15%·38% 감소
매출 대부분 색조 '에이지투웨니스' 의존…기초라인 경쟁력 부족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 전환…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공개 2021-05-21 09:30:00
애경산업 홍대 사옥. 출처/애경산업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뷰티업계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애경산업(018250)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뒷걸음질 치며 반등에 실패한데다 앞으로도 실적 개선이 요원해 현금창출능력 약화도 우려를 사고 있다. 이를 반영하며 주가 역시 올 들어 40% 넘게 오르며 우상향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애경산업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도 주력인 색조라인 정상화가 어려운 환경인 데다, 브랜드 노후화에 더해 위기를 타개할 강한 기초라인 모멘텀도 없어 사업 환경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6%, 38.8% 감소한 1353억원, 77억원에 그치며 올해 1분기 성적표도 낙제점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전년 대비 8.5% 증가한 3875억원, 영업이익은 191% 뛰어오르며 코로나19 팬데믹 우려를 씻어내고 LG생활건강(LG생건)도 매출이 7.4% 증가한 2조367억원, 영업이익은 11.0% 늘어난 3706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애경산업은 실적과 맞물려 주가도 나 홀로 회복이 더디다. 지난해 1월 본격적인 코로나 타격 이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약 24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5월 기준 29만원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LG생건도 약 144만원 가량에서 현재 150만원대에 자리하고 있지만, 애경산업은 3만3000원 수준에서 떨어진 뒤 아직도 2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애경산업의 사업 부문은 5:5가량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나뉜다. 생활용품은 지난해 개인위생이 주목받으면서 실적을 나름 받쳐줬지만, 문제는 화장품이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라인은 중저가 에이지투에니스, 루나 등 색조라인에 치중해있다. 실제 애경산업은 화장품매출 80% 이상을 팩트로 유명한 ‘에이지투웨니스’에 의존한다.
  
이는 업계 경쟁자인 아모레퍼시픽이 기초 설화수부터 색조 에뛰드, LG생건이 기초 숨, 오휘에서부터 색조 VDL에 이르는 전범위를 고르게 커버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사업 구조다. 매출구조가 한정돼 색조 화장이 침체기를 겪자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처리한 재고자산폐기손실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82억원으로 이러한 타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경산업은 그동안 비교적 건강한 재무상태를 자랑해왔다. 순차입금은 지난 2019년 마이너스 (–)1427억원, 지난해는 (–)1003억원으로 무차입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순차입이 마이너스임은 보유한 현금으로 빚을 다 갚고도 자금이 남는다는 뜻으로 돈을 조달하지 않고도 자금 여력이 좋다는 뜻을 의미한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애경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11.32%에서 2019년 8.6%, 지난해에는 3.8%로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412억원→324억원→19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잉여현금흐름(FCF)도 2018년 80억원, 2019년 167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227억원으로 전환된 상태다. 잉여현금흐름이 나빠지면 설비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사업 전개를 위해 자연스레 차입이 늘어나고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
 
애경산업은 화장품사업 도약을 위해 플로우·에이솔루션 등 기존 브랜드에 신규 ‘본결’을 추가하며 기초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LG생활건강의 후, 숨이나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 럭셔리 고가 라인이 없어 브랜드 경쟁력이 부족할뿐더러 더마 등 트렌드를 따라가는 라인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요소로 남는다.
 
출처/애경산업
 
업계에 따르면 2017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은 지난해 1조2000억~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을 의미하는 ‘더마톨로지’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의 합성어로 민감하고 예민한 피부를 위한 특화 라인이다. 개인위생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마스크가 일상생활용품으로 남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더마코스메틱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은 일찍이 더마 및 스킨케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자 피지오겔 아시아 및 북미시역 사업권을 인수했다. 피지오겔은 160년 전통 독일의 피부과학기업 스티펠이 선보인 세계적인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일리윤이나 아이오페 등을 활용해 더마코스메틱 라인을 강화하며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지만, 애경산업은 샴푸를 제외하고는 아직 더마 제품이 없는 상태다.
 
브랜드 경쟁력 키워야 하지만 연구개발비 투자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매출구조가 6(화장품):2(생활용품):2(음료)인 LG생건과 비교해보면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율은 LG생건은 2%대 후반, 애경산업은 2% 초반대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클렌징라인 포인트와 트러블라인 에이솔루션 등은 20년이나 된 브랜드로 이를 확장하고 라인을 추가하며 기초를 계속 키워보려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라면서 "더마와 관련해서는 아직 특별한 사항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