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사관학교’ 딱지 떼려면…흔들거리는 캐시카우 잡아야
웹보드 게임 규제 완화…작년 영업이익 603억원·1분기 실적 '견조'
업계 핵심 인물들 네오위즈 출신…인적 네트워크 등 성장성 갖춰
여전히 고포류 게임 의존…최근 6개월 동안 주가 2만원대 머물러
증권업계 목표주가 3만원↑…성과 미뤄볼 때 결국 메인 IP 확보 '중요'
공개 2021-05-18 09:3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국내 게임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선봉장들이 거쳐가며 ‘게임 사관학교’로 통하는 네오위즈(095660)가 자체 지식재산권(IP)의 부재로 성장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매출 신장을 이뤄냈지만 ‘피망’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캐시카우 IP가 전무하다는 점이 기저에 깔려, 마냥 낙관론만을 펼칠 순 없는 실정이다. 인디게임으로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견고한 IP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네오위즈가 모처럼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영업이익은 603억원으로 2014년부터 근 7년 중 최고치를 달성했다. 2019년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25% 늘어난 622억원가량으로 집계됐고, 지지난해 마이너스(-) 기조였던 내부순현금흐름(ICF)과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은 900억원 가까운 숫자로 개선됐다.
 
변곡점을 짚어보면 이렇다. 네오위즈가 내수 시장에서 게임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2400억원이다. 이중 유료 아이템 매출액은 2102억원(수출 485억원)가량으로, 2014~2019년 1000억원대에 머물다 상승세를 탔다. 관련 매출은 광고·제품·서비스 대행(73억원)과 임대사업(68억원)을 포함해 주력 사업군에서 94%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 규제 완화가 영향을 끼쳤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웹보드 게임의 하루 손실액이 10만원을 넘으면, 24시간 동안 게임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네오위즈는 포털 ‘피망’을 통해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 게임을 제공해왔는데 핵심 사업인 터라, 제재는 곧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으로 손실한도가 폐지됐다. 자연스레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렸다.
 
지난 12일 공시한 1~3월 매출액은 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영업이익은 134억원으로 인건비 증가 탓에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지만, 순이익(206억원)이 59.8%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올해 전망도 좋다. NH투자증권(005940)은 매출, 영업이익이 올해 2020년 대비 15.5%, 19.3%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네오위즈는 발전 동력을 갖춘 회사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042420) 전 대표는 2007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립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293490) 대표는 네오위즈에서 퍼블리싱 역량을 길렀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최관호 대표는 네오위즈 내 요직을 두루 겸했다.
 
장현국 위메이드(112040) 수장도, 블루홀(크래프톤)을 이끌던 김효섭·김강석 전 대표도 네오위즈를 친정으로 뒀다. 적잖은 인물들이 여기에 적을 둔 이후, 현재 게임 업계 중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요소다. 네오위즈를 공통분모로 구심력이 발현할 수 있어서다. 네오위즈 자회사 게임온이 ‘엘리온’(크래프톤 개발, 카카오게임즈 배급) 일본 퍼블리싱을 맡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수익창출원이 고포류 게임 위주라는 건 자성할 부분이다. 네오위즈엔 엔씨소프트(036570) ‘리니지’와 최근 데브시스터즈(194480) ‘쿠키런’처럼 게임사를 대표할 만한 ‘흥행 보증수표’ IP가 전무하다. 지난해 ‘기타소녀’, 올 초 ‘스컬’ ‘댄디에이스’ ‘사망여각’ 등 게임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인디게임이라는 점에서 외형 확장을 견인하기엔 부족한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네오위즈를 두고 “하드코어 게임 장르 개발력이 미흡하다는 약점을 지녔다”라고 진단했다. 2만원대 머물러 있는 주가 역시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웹보드 게임 규제가 누그러진 작년 8~9월 3만원대를 터치하기도 했지만, 주가는 금세 2만원대로 복귀했다. 투자자 구미를 당길 만한 성장 요체가 부족해서다.
 
복수 증권업체는 네오위즈 주가가 3만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흥국증권은 3만2000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3만3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설정했다. 강석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고포류 외 RPG 게임으로 영역을 키워가고 있어 웹보드 게임에 한정한 가치 평가는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3일 비공개테스트(CBT)를 시작한 네오위즈 신작 ‘블레스 언리쉬드’를 외연 확대의 불쏘시개로 점쳤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주가에 선반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성과다. 스팀에 내놓은 스컬은 30만장 내외 판매량을 기록하며 순항을 타고 있지만, 실적 기여도는 매출액 50억원, 영업이익 15억원 정도다. 네오위즈 간판 임무를 맡기엔 부족하단 얘기다. 블레스 언리쉬드 역시 CBT 첫날 최고 동시접속자 수 4만명을 돌파했지만, 아직 공적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결과가 미진하면 투자 심리가 악화해, 외려 된서리를 맞을 우려도 있다.
 
결국, 결함으로 꼽히는 개발 역량을 키우는 데 촉각을 세워야 한다. 인디게임을 통해 퍼블리싱 역량을 키우는 것도, 웹보드 게임 궤도를 벗어나는 것도 좋지만 만년 사관학교 딱지를 떼려면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는 캐시카우가 필요하다. 회사도 이를 자각하고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수한 게임 IP를 물색하는 데 힘쓰고 있다”라며 “최근 다양한 인디 게임을 출시했고, ‘산나비’ ‘언소울드’ 등 기대 신작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네오위즈는 지난해 (네오위즈)에이블스튜디오·아이엔에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자회사 교통정리를 마쳤다. 또, 개발 자회사 네오위즈겜프스의 김승철 대표에 지휘봉을 건넸다. 개발사 대표를 내세워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한 건 게임 개발에 더욱 힘을 싣겠단 전략으로 읽힌다.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할 ‘첨병 게임’을 갖겠단 의지로도 해석된다.
 
회사 모바일 게임 연구 개발 인원은 150명(2020년 기준)이고, 연구개발비용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3.0%(6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네오위즈겜프스 △퀘스트게임즈 △슈퍼플렉스 △스티키엔즈를 개발 종속회사로 장착하는 등 의욕은 확고하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부적으로 개발 중인 신규 IP가 있다”라며 “현 단계에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시기가 되면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