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 출사표 낸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 외형은 되려 축소 중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전환…“코로나19로 항공업 위축”
현대차·한화시스템 등 경쟁기업 대비 투자여력 제한
공개 2021-05-14 09:40:00
출처/대한항공
 
[IB토마토 이가영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진출을 공식 선언했지만 이를 담당할 항공우주사업의 외형은 쪼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이후 여객 수요 반등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해 적지 않은 비용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UAM사업 진출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정비와 관제시스템 등 각 부서 전문가로 구성된 UAM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이수근 총괄 부사장이 수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UAM 사업에 대한 대한항공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UAM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활용한 신개념 이동 수단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해 6월 도심항공교통 민관협의체 UAM 팀 코리아를 출범했으며, 현대차(005380)한화시스템(272210)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UAM 진출 배경으로 오랜 항공기 운항 경험을 꼽고 있다. 후발주자이지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사인 만큼 항공분야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우선적으로는 기체 대신 항공 교통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업 방향이나 투자 예정 금액 등은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교통관리, 운송서비스, 비행체 개발 분야에서 대한항공만이 보유한 차별화된 경험과 기술이 우리나라 UAM 육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앞으로 한국형 UAM 운용개념 개발, 안전한 항행·교통관리 및 운송서비스 핵심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할 예정이며 향후 단계적으로 참여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여객 수요 반등 시점을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UAM 관련 산업은 오는 2040년경 전 세계적으로 731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블로오션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야심찬 구상과 달리 UAM 사업의 주축으로 삼은 항공우주사업의 외형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연결기준 항공우주사업은 매출 5647억원, 영업손실 129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8% 줄었고, 영업이익은 133.5% 줄며 적자로 전환했다.
 
대한항공은 1976년 500MD 헬리콥터 생산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항공기 제작 시대를 연 후 항공우주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해왔다. 2010년대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띄던 항공우주사업은 2015년 매출 9135억원, 영업이익 1195억원을 달성한 후 성장세가 멈췄다.
 
 
매출은 2016년 8988억원, 2017년 7280억원, 2018년 6505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95억원, 1111억원, -325억원, 144억원으로 저조한 수준을 나타냈다. 2019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04억원, 385억원으로 소폭 반등하는데 성공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모든 수익성 지표가 악화됐다. 어렵게 끊어냈던 매출 하락세가 쉽사리 털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UAM 사업의 핵심이라 봐도 무방한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매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출 증가와 항공우주사업 육성에 따라 2015년 1222억원까지 늘었던 대한항공의 R&D 비용 규모는 2016년 1103억원, 2017년 446억원, 2018년 436억원, 2019년 404억원, 지난해 347억원까지 급감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06%에서 2019년 0.32%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0.47%로 소폭 반등했지만 코로나19에 따라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지 비용 자체가 늘진 않았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 축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긴축경영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 7조4050억원, 영업이익 2383억원을 기록했다. 여객 수요가 급격하게 줄면서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고, 영업이익도 17%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순환 휴직 등 전사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지난해 영업비용을 2019년 대비 40% 가량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당장 살아남는 게 시급한 상황이었던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2023년까지 항공우주사업 매출액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대한항공의 구상은 요원해지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우주사업의 적자전환과 R&D 비용 감소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항공 산업 자체가 위축돼 매출액이 감소했다”라며 “고정비 비중이 큰 사업의 여건상 매출액의 감소는 영업이익 적자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 UAM 시장에 뛰어드는 대한항공에 우려 섞인 시선을 내놓고 있다. 앞서 UAM 시장 진출을 공표한 기업들에 비해 투자 여력이 현저히 모자라는 점에서다. 국내 UAM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는 사업 구체화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앞서 세운 바 있다.
 
2019년 개인항공기 기체 개발 전문회사인 오버에어 지분 투자를 계기 삼아 본격적으로 UAM 사업에 뛰어든 한화시스템 역시 최근 단행한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1조2000억원 중 4500억원을 UAM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다. 앞서 진출한 경쟁 기업 대비 투자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항공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2024년 이후는 돼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대한항공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2조2879억원에서 지난해 1조3767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항공기 리스료 등 차입금 상환 만기는 지속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부채비율도 여전히 300%대로 높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유상증자로 1조원을 훌쩍 넘는 운영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또한 올해 3월 3조3000억원 규모 초대형 유상증자와 함께 잇단 공모채 및 사모채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난 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1343.8%, 총차입금 8조1373억원을 가진 밑 빠진 독이다. 자칫하면 대한항공 또한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은 미군 공군기 정비를 오래 맡아오고 무인기 개발에 일찍이 참여하는 등 축적된 기술은 상당하다"면서 "UAM 시장 잠재력이 크다 보니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핵심기술은 확보됐는지 불확실한 데다 국내 규제가 심해 빠른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는 있을 것 같다"라며 "특히 지금 돈이 나갈 곳이 많은 상황인 만큼 R&D 부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선은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둘 계획인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은 지난번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됐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는 조금이나마 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young86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