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MG손해보험이 RBC(보험금지급여력) 비율이 135%로 업계 최하위를 기록하며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대주주 변경과 대표이사 신규 선임을 통해 ‘강소보험사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새 출발을 감행했지만,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로 적자전환한데다 고객민원도 덩달아 급증하며 임기 첫해인 박윤식 대표의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MG손해보험은 타개책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올해 유상증자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은 이르면 이달 중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작년 4월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이후 1년여 만에 단행되는 것으로, MG손보는 유증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023년부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MG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상반기 안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유증 후) 지급여력(RBC)비율 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속된 경영난과 민원, 건전성 악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만큼 유증만으로 재도약에 성공하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은 작년 1분기 104.29%에서 2분기 172.76%, 3분기 176.74%로 올랐지만 4분기에는 135.20%로 하락했다. 지난해 추진된 유증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MG손보의 RBC비율은 생명·손해보험 통틀어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유일하게 하회한다. 전체 53개 보험사의 통합 RBC비율은 275.1%로, MG손보의 경우 손보사 가운데 RBC비율이 가장 높은 아시아캐피탈리(638.7%)와 비교하면 4배 이상 격차가 난다. 지난 2019년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은 후 작년 4월 대주주를 사모펀드운용사(PEF) 자베즈파트너스에서 JC파트너스로 바꾸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건전성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적도 부진하다. 지난해 MG손해보험은 10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78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억원에서 마이너스(-)1155억원으로 돌아섰다. 투자영업이익 감소와 손해율이 악화한 까닭이다. 경영효율성을 보여주는 손해율은 90.18%로 1년 전보다 0.42%포인트 오르며 부진한 반면 자산운용률과 수익률은 각각 85.02%, 2.23%로 0.82%포인트, 2.72%포인트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보험영업손익은 653억원으로 작년보다 138.3% 늘었고, 투자영업손익은 1707억원에서 739억원으로 56.7% 줄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박윤식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과거 한화손해보험을 흑자전환으로 이끈 박 대표는 작년 3월 취임 당시 ‘급변하는 미래 금융시장 환경에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전문성 있는 강소보험사로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라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총자산수익률(ROA)을 보면 작년 말 –2.63%로, 2019년 대비 2.83%포인트 떨어졌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년 새 53.95%포인트 내렸다. 아울러 미처리결손금 등으로 인해 적립해야 할 대손준비금(32억원)과 비상위험준비금(12억원)도 적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고객들의 불만도 많다. 올해 1분기 MG손해보험에 제기된 고객민원은 총 129건으로 전년동기(110건)와 비교해 17.27% 증가했다. 증감폭은 전체 17개 손해보험사 중에 BNB파리바카디프손보(75% 증가)·농협손보(28.8%)·메리츠화재(23.78%)에 이어 4번째로 높다.
민원은 보험모집과 유지관리, 보상부문에서 모두 늘었다. 보유계약 십만 건 당 환산한 민원은 8.03건으로 전년동기(7.39건) 대비 8.7% 상승했다. 이밖에 보험청약철회비율은 작년 하반기 기준 5.13%로 업계평균(4.1%)도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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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MG손보
박 대표의 입장에서는 고객 민원을 잠재우고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당면 과제인 자본 확충까지 신속히 이뤄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금리상승이 이어질 경우 보험사의 자산 가치가 증가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 등을 고려할 때 RBC비율 하락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봤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시 가용자본 감소로 RBC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 혹은 공급 증가로 시장금리는 우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손해보험사들은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 시장금리 상승 시 신규투자이원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되고, 부채 부담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 효과가 좀 더 돋보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시장금리 상승은 RBC 비율 둔화로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손보사별로 RBC 비율 차별화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에 따르면 RBC 지급여력기준금액 중 금리위험액과 시장위험액 산출기준 일부가 변경될 예정”이라면서 “규제 개정은 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자산 듀레이션 장기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산 듀레이션이 고정됐다고 가정할 경우 손해보험사의 금리위험액은 오는 6월 말 소폭 감소한 후 2022년 6월까지 점차적으로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