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난' 박철완 상무, 금호석화 주총 기선제압 실패?
자사주 '전부' 소각 주장…금호석화 운신 폭 줄일 수 있어
박 상무의 금호석화 발전 전략 '추상적'…현 경영진의 '구체적' 제안과 대조
임직원·의결권 자문사 '박 상무의 사내이사 반대'…주가는 '고요'
공개 2021-03-18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경영권 분쟁에 나선 박철완 상무의 금호석유(011780)화학 발전 방안에 주주, 노조, 글로벌 자문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주주제안이 설득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노리는 박상무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11일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거버넌스 개선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임직원, 전문가, 주주 등 다양한 집단에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추상적인 금호석화 가치 제고 방안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의 저평가된 금호석화 기업가치 제고 방안. 출처/플레시먼힐러드
 
전문가들은 박상무의 사업전략 강화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기존 사업 강화와 신규 사업 진출을 내걸었는데 기존 사업 강화책으로 '글로벌 1위'인 NB라텍스의 생산량 확대와 SSBR, SBS, CNT 등 고부가 원재료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하지만 박상무의 기존 사업 강화책은 금호석화에서 9일 발표한 '지속 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과 유사하다. 금호석화 경영진 역시 SSBR, SBS 등 고부가가치 고무와 탄소나노튜브(CNT) 등의 확대 의사를 밝혔다. 차별화 포인트도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인 현 경영진은 역대급 실적을 냈다. 
 
또한 박상무의 제안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확대와 자사주 전액 소각을 동시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장기간 보유 중인 자사주를 전액 소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사업 안정성, 파트너십 등의 목적으로 일정 수준의 자사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석유 화학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금호석화 비즈니스의 가장 큰 약점은 부타디엔과 같은 원료 확보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라면서 "금호석화의 실적이 들쑥날쑥한 까닭도 이 때문이고, 어떤 방법으로든 원료를 안정적인 확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자사주는 파트너십, 조인트벤처 등을 위해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자사주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NAVER(035420)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006800), CJ(001040)(CJ대한통운(000120), CJ ENM(035760), 스튜디오드래곤(253450))과의 파트너십을 맺으며 자사주를 활용했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이 많이 활용되지만 그 이외에 파트너십, 조인트벤처(JV) 등도 쓰인다. 그런데 박 상무는 자사주 '일부' 소각이 아닌 '전부 소각을 주장했다. 금호석화의 사업 확대를 외치며 스스로 사업 확장의 패를 하나 줄이는 요구도 한 셈이다. 그는 "최근 원재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됐다고 자사주 소각을 해 주가를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는데, 금호석화의 중장기 발전을 고민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2차 전지, 수소 사업 등 메가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전략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상무는 전기차 배터리 메가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LG화학(051910)을 사례로 들었다. LG화학은 메가트렌드 흐름에 배터리가 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25년간 적자를 감내하며 배터리 사업부에 투자한 기업이다. 
 
금호석화는 신성장 플랫폼 확보 등을 중장기 전략으로 세웠다. 출처/금호석유화학
 
메가트렌드에 쉽게 올라탈 수 있다면 그만큼 그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음을 의미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안전성 관련 요구 수준이 타 배터리보다 크게 요구되기에 기술 장벽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금호석화 경영진도 배터리 사업 진출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상무와 달리 금호석화는 "2차 전지 관련 소재 중 금호석화와 사업 연관성 있는 음극재 관련 소재와 성장성 높은 전고체 관련 물질"로 범위를 한정하며 자체 비즈니스 중심의 확장 계획을 분명히 했다. 

주주·임직원·의결권 자문사 모두 '시큰둥'
 
주가 역시 큰 반응이 없다. 박 상무가 박 회장과 특수관계자를 해소한 이후 금호석화의 보통주 주가는 29만3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25%가량 밀리며 21만~22만원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KMH(122450), 한진칼(180640)과 대조적이다. 현상순 키스톤PE 대표, 강성부 KCGI 대표가 1대 주주와 경영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엎치락 뒷치락하며 양 사 모두 주가가 일시적으로 5~7배 올랐던 점을 비춰볼 때 박 상무가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제한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직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14일과 15일 금호석화의 계열사 금호피엔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노조는 박 상무의 사내이사 진출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오현우 금호미쓰이화학 노조위원장은 "박 상무는 박삼구 전 회장이 금호석화 그룹의 공중분해를 추진하는 동안 그들 편에 서서 우리 노동자의 삶을 위태롭게 했다"면서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아전인수 격으로 금호석화 그룹을 통째로 삼키려고 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안건별 찬성/반대 권고/출처/금호석유화학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도 유사하다. 14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terna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박 상무가 이번 주총에 제안한 안전 전부를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ISS는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박 상무 측의 주장은 대체로 '너무 과격'하고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주주 입장에서 박철완 상무의 경영능력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박철완 상무의 본업인 고무산업에 대한 확실한 비전은 없고, 주가 부양 차원의 대안만 내놓고 있다"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제안이 설득력이 낮은 상태다 보니 박 상무의 주주 제안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경영진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다. 또한 재무 상태는 점점 건전해지고 있다. 신용도 역시 등급과 등급전망 상향이 반복되며 BBB-였던 신용도는 'A0/긍정적'까지 올라왔다. BBB-는 정크본드 바로 위 단계로서 기업 신용도에 큰 위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는 "박 상무의 제안은 금호석화를 환기시켰다는 점 이외에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