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매출 24% 감소…영업손실 375억원멀티숍 전환·해외시장 진출…성과는 ‘미미’에이블씨엔씨 “올해도 해외시장, 온라인 사업 주력할 것”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사모펀드에 팔린 이후 8차례 수장이 바뀐
에이블씨엔씨(078520)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드샵 브랜드 ‘미샤’로 알려진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조정열 대표를 영입해 실적 반등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기대와 달리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잦은 수장 교체로 안정적인 경영 전략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에이블씨엔씨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에이블씨엔씨 측은 수장 교체와 실적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존 미샤 매장을 리뉴얼 한 미샤플러스 매장. 출처/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는 서영필 전 이사가 지난 2000년 설립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제조·유통판매업을 주사업으로 영위해오다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2011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이후 2017년 4월 서영필 전 이사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지분을 넘김으로써 사모펀드 운용사 품에 안기게 됐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IMM PE에 인수된 직후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과 로드숍 업계 불황 등이 이어져 부진한 실적을 지속했다. 2019년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악화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이 작용한 탓에 적자 늪에 빠진 상태다.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까지만 해도 4346억원 수준의 매출액이 이듬해 3733억원으로 2018년에는 3455억원으로 지속 감소세를 보였다. 3년 만에 매출규모가 약 21%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도 연일 악화일로다. 2016년 243억원에서 2017년 112억원으로 54% 반토막 났고, 2018년 19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입으며 적자 늪에 빠지게 됐다.
2019년에는 사드 쇼크를 딛고 매출(4222억원)이 22% 불어나고 영업이익도 흑자(18억원)로 돌아서며 외형과 수익성 침체기서 벗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2020년 3월 조정열 대표가 새로 영입됐다. 2018년 제약회사 한독의 첫 여성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은 조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반등을 이끌 적임자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조 대표는 에이블씨엔씨 경영권을 잡은 직후 해외시장 진출·온라인 사업 강화와 더불어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 등을 통한 실적 개선에 힘을 쏟았지만 현재까지 이러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 대표가 취임한 해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매출 감소폭과 적자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4월 자사 브랜드인 ‘미샤’와 ‘어퓨’를 포함해 국내외 2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 H&B스토어 ‘눙크’를 론칭했고, 8월 미샤를 리뉴얼한 ‘미샤플러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 멀티숍 시장은 올리브영이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약 70%)을 차지하는 등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눙크가 경쟁사와 비교해 뚜렷한 차별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점유율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
동시에 온라인몰 ‘마이눙크닷컴’을 론칭하며 온라인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에이블씨엔씨의 판매경로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온라인 비중이 2019년 3분기 기준 11.4%에서 2020년 3분기 기준 22.5%로 올라서는 등 온라인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전체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했다.
반면 비효율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도 함께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695개던 미샤 매장은 2018년 698개, 2019년 550개로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으로는 약 500여개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도 크게 줄었다. 에이블씨엔씨 직원은 9월 말 기준으로 2019년 382명에서 2020년 355명으로 7.1% 줄었다. 1년 동안 27명의 직원을 정리하면서 국내 주요 화장품업체 중 가장 큰 인력 감축 폭을 보인 것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마이눙크닷컴·미샤플러스 등 신사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대규모 투자 또한 펼쳤다. 조 대표는 지난해 4월 74억원을 투자해 미국 현지에 법인을(Able C&C US INC.) 설립했다. 2004년 미국에 진출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다 2013년 청산하고 현지 파트너사에 판권을 넘겨준 이후 7년 만에 다시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역시 성과는 미미했다. 미국 현지 법인은 설립 첫해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매출이 불과 29억원, 순이익은 4693만원을 기록한 수준에 그쳤다.
에이블씨엔씨는 로드숍 시장 침체와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친 가운데 이러한 해외진출을 위한 무리한 투자를 단행한 결과, 조정열 대표가 이끈 첫해 '대규모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에이블씨엔씨의 연간 매출(연결기준)은 2282억원으로 전년 동기(2989억원) 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각각 375억원, 358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가장 큰 침체를 겪고 있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 -12.8%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원가(1016억원)와 판매비와관리비 항목(1641억원)을 전년 동기 각각 17%, 11%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폭이 커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유형자산처분손실(20억원), 유형자산손상차손(11억원), 사용권자산처분손실(9억3382만원) 등이 포함된 영업외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99% 늘어나면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입게 됐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난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인수한 제아H&B, 지엠홀딩스, 미팩토리 등이 코로나 영향으로 예상을 하회하는 매출을 기록했고 이에 따른 손실액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수입 유통 기업 ‘제아H&B’ 인수금액 으로 552억원, 더마 코스메틱 화장품 업체 ‘지엠홀딩스’ 400억원, ‘미팩토리’ 325억원 총 1277억원 규모의 비용을 투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잦은 대표 변경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지 못했단 점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에 인수된 이후 3년간 8차례 경영진이 교체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7년 IMM PE으로부터의 인수 직후인 6월9일 창업자 서영필 대표에서 이광열 대표로 변경하고, 한 달도 못 지난 6월30일 정일부 대표로 다시 교체했다. 그리고 보름 뒤인 7월17일 이세훈 대표가 추가로 취임하면서 정일부·이세훈 각자대표체제로 변경됐다.
2018년 7월1일 정일부 대표가 퇴임하면서 이세훈 단독대표 체제가 됐고 약 한 달 뒤인 8월9일 이해준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이세훈·이해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2019년 7월17일 이세훈 대표가 사임하며 다시 이해준 단독 대표로 전환됐고 2020년 3월 조정열 대표가 취임하면서 이해준·조정열 각자대표 체제가 됐다. 올해 2월26일에는 이해준 대표가 사임하면서 다시 조정열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이와 관련 에이블씨엔씨는 수장 교체와 실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오프라인 매장과 고정비 부담이 높은 직영점이 많은 사업구조로 인해 손실이 컸던 것”이라며 “대표 변경은 전혀 실적과 무관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정열 대표가 새로 온 지 1년이 돼 회사 파악이 끝난 상황”이라며 “기존 IMM PE에서 온 이해준 대표가 조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리를 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해외시장과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어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