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약점 가진 카카오게임즈, 올해는 한계 극복할까
검은사막·배틀그라운드 등 퍼블리싱 통해 회사 외형 확장
2020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퍼블리싱 게임 위주 매출
연내 출시 예정 게임도 퍼블리싱 중심으로…“개발 사업에 탄력 주는 중”
공개 2021-03-02 09:3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과 함께,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며 흡족할만한 한 해를 보냈다. 영업이익, 순이익은 2019년보다 각각 90%, 659% 늘어나 올해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작년 실적을 보면, 보수 공사가 필요한 부분은 선명하다. 자체 게임 개발보다 퍼블리싱에 치우친 사업 구조다. 이익이 적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는 사업 지속성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약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2016~2018년 정체 없이 꾸준히 실적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6년 매출액은 1013억원, 영업이익은 101억원, 순이익은 5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듬해 매출액부터 순서대로 약 99%, 282%, 956% 늘어나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일궈냈다. 2018년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4208억원, 472억원으로 전년보다 109%, 22% 증가했다. 현금성자산은 전년보다 167% 늘어난 2391억원, 잉여현금흐름(FCF)은 617억원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우수한 내부 현금 창출력을 보유하게 됐다.
 
카카오게임즈 2016~2018년 실적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이은 호실적은 카카오게임즈의 사업전략에서 비롯됐다. 게임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다른 회사가 보유한 우수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가 대표적인 예다. PC의 경우 스팀 플랫폼과 펄어비스, 크래프톤에 로열티를, 모바일의 경우 구글·애플에 수익 중 일부를 수수료로 지불하는 형태다.
 
카카오게임즈는 여기에 넷마블(251270), 중국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 피티이(ACEVILLE PTE.LTD),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등 게임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으며, 게임회사로 입지를 다져나갔다. 2019년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3910억원, 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25.8% 쪼그라들었지만, 증권시장 진출을 위한 뜸 들이기에 들어갔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공모자금을 통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시가총액은 금세 4조원가량으로 불어났다. 이어 펄어비스를 제치고 코스닥 전체 시총 3위에, 코스닥 상장 게임회사 시총 1위에 오르게 됐다. 이와 맞물려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는 겹경사까지 맞이했다.
 
카카오게임즈의 2020년 연간 매출액은 4955억원, 영업이익은 66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 90% 늘었으며 순이익은 2019년 89억원에서 659% 증가한 673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PC, 모바일 게임 매출액은 순서대로 1838억원, 2489억원으로 집계됐다.
 
PC 게임의 경우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매출 비중은 80%가량, 크래프톤이 개발한 ‘엘리온’ 매출이 일부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은 카카오톡 채널링 게임과 ‘달빛조각사’, ‘가디언 테일즈’, ‘테라 클래식’ 등에서 수익을 얻었는데, 이중 달빛조각사와 가디언 테일즈 매출액이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여겨볼 부분은 회사 수익 창출 게임 대부분이 △검은사막(펄어비스) △배틀그라운드(크래프톤) △가디언 테일즈(콩스튜디오) 등 타사 퍼블리싱 게임 위주라는 점이다. 연내 출시 게임도 △오딘 발할라 라이징(라이온하트스튜디오, 2분기)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넵튠(217270), 3분기) △테라 파이어(리얼리티매직, 4분기) 등으로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카오게임즈 지난해 실적, 연내 출시 예정 게임.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카카오게임즈
 
작년 영업비용은 2019년 대비 20.5% 늘어난 4289억원, 이중 지급수수료는 24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인건비(887억원)를 제외하면 영업비용 중 70%를 웃돈 비중이며 전년보다 16% 이상 늘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의 플랫폼 수수료는 지난해 769억원에서 올해 1190억원으로 약 55% 늘어날 전망이다.
 
플랫폼 수수료 가운데 구글·애플에 지불하는 모바일 게임 수수료는 올해 1166억원, 크래프톤 등에 지급하는 개발사 로열티는 173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약 70%, 4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퍼블리싱에 쏠린 이같은 수익 구조는 사업 지속성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개발회사 입장에서 흥행성이 보장된다면, 게임을 자체적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공산이 크다.
 
지급수수료 문제도 회사 입장에선 골머리 아픈 일이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036570), 넥슨, 펄어비스 등이 순서대로 ‘리니지’, ‘바람의나라’, ‘던전앤파이터’, ‘검은사막’ 등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닥 상장 게임회사 펄어비스, 컴투스(078340), 웹젠(069080)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32%, 22%, 37%로,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영업이익률(13%) 대비 10~20%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지급수수료를 비교해보면, 카카오게임즈가 지불한 2427억원 대비 펄어비스는 1116억원, 컴투스는 1852억원, 웹젠은 1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 구조상 영업이익률이 낮고, 영업비용은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펄어비스는 2019년 5월부터 검은사막을 국내에서 직접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와 맺은 금싸라기 시장인 북미·유럽 지역 서비스 계약은 24일까지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PC방 영업 위축이 잇따르자 내림세가 가시적인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3%, 지급수수료는 2427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종업체 대비 영업이익률은 낮고, 지급수수료는 높은 구조다. 출처/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컴투스, 웹젠 IR 자료
 
아울러 퍼블리싱을 맡은 게임의 운영 문제도 카카오게임즈가 자성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회사는 지난해 가디언 테일즈에서 진행한 이벤트 중 게임 내 다수 유저의 공분을 살만한 내용을 담았고, 이용자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게임을 패치하는 이른바 ‘잠수함 패치’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이런 약점을 자각하듯 기업공개(IPO) 이전부터 유망 게임 개발사를 인수, 투자에 무게를 두는 등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려 힘쓰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2월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 개발에 참여한 송재경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달빛조각사 개발사 엑스엘게임즈를 약 1181억원에 사들였다.
 
이어진 3월, 게임 개발사 세컨드다이브,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패스파인더에이트 3곳에 총 230억원을 투자했다. 남궁 대표는 IPO 당시 공모자금 활용 방안을 두고, 개발사 추가 인수와 투자 확대를 꼽았다. 퍼블리싱보다 게임 개발로 무게추를 이동해, 자체 IP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부터 내부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출처/카카오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카카오게임즈 측은 종합 게임사로 도약하기 위한 과정을 현재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플랫폼 위주로 경영하던 시스템에서 타사와 같은 개발·퍼블리싱을 모두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추기 위한 체질 개선을 이어왔다”라며 “처음부터 개발사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간 자체 게임 개발 부재와 관련해 이슈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덧붙여 타사 대비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며 퍼블리싱 역량을 키워왔다고 역설했다. 그는 “‘패스 오브 엑자일’, ‘프리코네’ 등 특색 있는 IP를 국내에 유통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회사 내실을 다지는 복수 효과를 얻었다”라며 “퍼블리싱 역량을 기반으로 개발 사업에 손을 뻗어 올해 성장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인수한 엑스엘게임즈의 경우 달빛조각사 외 ‘아키에이지’ IP를 보유하는 등 개발 회사로 외형이 탄탄하다”라며 “이밖에도 개발력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게임 개발 사업에 탄력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