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몰린 테라셈)①적자수렁에 텅빈곳간까지…M&A가 탈출구일까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줄적자’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로
테라셈, 지난해 4월부터 폐기물 처리 업체 이앤컴퍼니 인수 시동
이앤컴퍼니 주식 1351만5000주 작년 12월 취득…가온누리와 나로테크 일등공신
공개 2021-02-15 10:00:00
2000년 6월, 이미지센서와 카메라모듈, 블랙박스 제조 회사 ‘테라셈’이 설립자본금 5000만원으로 사업의 뱃고동을 울렸다. 창립 후 난항을 겪던 회사는 2011년부터 성장 가속 페달을 밟았다. 2014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순풍을 타는 듯했다. 상장 이듬해까지는 순항했지만, 급기야 항해에 제동이 걸렸다. 2016년부터 ‘줄적자’가 시작됐고, 회사는 휘청거렸다. 2017년 베트남에, 2020년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반전을 모색했지만, 곧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테라셈은 파고를 넘지 못하자 본업과 동떨어졌지만 전도유망한 폐기물 처리업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이앤컴퍼니'다. 최근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날에는 상장폐지의 먹구름도 드리워졌다. <IB토마토>는 테라셈이 장고 끝에 구원투수로 선정한 이앤컴퍼니의 아리송한 인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코스닥 상장 후 2년이 흘렀다. 2011~2015년까지 호실적을 이어가던 테라셈(182690)에 ‘위기의 바람’이 불어왔다. 2016년, 회사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43억원, 세전계속사업손실은 4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성자산 56억원, 부채비율 9.7%로 일정 수준의 자정력은 갖췄다.
 
하지만 이듬해 실적은 더 악화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4% 줄어든 81억원, 영업손실은 52억원으로 적자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2018년 부채비율은 260%를 웃돌았고, 세전계속사업손실(65억원)은 자기자본(54억원)의 119%로 책정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기로에 섰다. 2019년에도 영업적자는 이어졌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 상 최근4사업연도 장기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테라셈은 2016~2019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순서대로 43억원, 52억원, 50억원, 3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테라셈은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테라셈 회사 전경. 출처/테라셈 공식 홈페이지
 
테라셈은 작년 3분기까지 별도,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각각 영업손실 27억원, 3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잉여현금흐름(FCF)과 내부순현금흐름(ICF)은 각각 -8억원, -197억원으로 집계돼 회사 유보 현금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테라셈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175억원, 영업손실은 5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순손실은 약 34억원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약 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외부감사인 감사결과에 따라 수정될 수 있는 수치다.
 
만약 테라셈이 지난해까지 연간 영업적자를 나타냈다면, 테라셈 주식은 곧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의 상장폐지여부 심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일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테라셈은 상장폐지된다.
 
넋 놓고만 있을 수 없던 테라셈은 지난해부터 바쁘게 달렸다. 방향은 정해졌다. 테라셈의 선택은 경북 구미에 사업장을 둔 폐기물 처리업체 이앤컴퍼니 인수였다. 진입 장벽이 높은 폐기물 처리업 특성상, 성장 동력이 풍부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회사다. 
 
이앤컴퍼니는 2019년 기준 매출액 326억원, 영업이익 169억원, 순이익 116억원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FCF)과 내부순현금흐름(ICF)은 각각 87억원, 82억원가량으로 내부 현금 창출력도 우수하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프링힐파트너스의 투자회사(SPC) 스프링힐그린유한회사가 320억원(지분 55.5%)에 2019년 11월 인수했다. 당시 유안타증권을 인수 금융주선자로 둔 와이케이스파크제일차(SPC)는 스프링힐그린에 개연성 있는 지분과 전환사채 등을 담보로 250억원을 대출해 줬다.
 
테라셈은 구원투수로 ‘이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테라셈이 본격적으로 이앤컴퍼니와 관계 물꼬를 튼 건 지난해 4월부터다. 이앤컴퍼니 최대주주였던 스프링힐그린은 테라셈 자회사 테라신재생에너지와 이앤컴퍼니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30억원을 받았다.
 
테라셈 측은 이를 통해 이앤컴퍼니 경영권을 획득했지만, 잔금 문제로 계약은 무산됐다. 하지만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경영권을 쥐며 회사 행보를 좌우했다. 조익상 이앤컴퍼니 대표가 테라셈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등 양사 관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더불어 테라신재생에너지는 작년 7월, 이앤컴퍼니의 또 다른 주주인 나로테크 주식회사로부터 이앤컴퍼니 주식 169만4183주를 취득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12월 이앤컴퍼니 지분율 3.39%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앤컴퍼니 최대주주였던 스프링힐그린은 회사 이사진들의 경영 행보에 물음표를 던졌다. 이앤컴퍼니 경영진들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주주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프링힐그린은 이어 신주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곧 서울지방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발행 주식 의결권은 상실됐다. 그사이 이앤컴퍼니 최대주주는 엔앤피아이로 변경됐다. 스프링힐그린은 가처분신청을 취하했지만, 엔앤피아이 측은 다시 의결권 행사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테라셈 이앤컴퍼니 인수 과정.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앤컴퍼니
 
작년 12월14일, 테라셈은 마침내 이앤컴퍼니 인수에 성공했다. 거래 대상은 이앤컴퍼니 2대주주(1759만주, 35.18%)였던 ‘가온누리 주식회사’로, 매매 금액은 270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거래 계약금 100억원가량은 지난해 2월 가온누리와 실사 계약을 체결하며 예치된 보증금으로 갈음했고, 나머지는 17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로 상계했다.
 
이로써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주식 1351만5000주를 취득하게 됐다. 지분율 27.03%로, 이앤컴퍼니 최대주주인 엔앤피아이(1798만7417주, 35.97%)에 이은 2대주주다. 테라셈은 숙원사업이었던 이앤컴퍼니를 장착하며 반등 불쏘시개를 얻게 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가온누리, 나로테크 두 회사와 테라셈 간의 관계다. 두 회사는 테라셈의 이앤컴퍼니 인수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했다. 공통분모는 선명하다. 나로테크 수장인 좌승협 대표는 조익상 테라셈 사내이사와 이앤컴퍼니 이사진으로 함께 활동했고, 가온누리의 이주현 대표는 현재 이앤컴퍼니 구미지사장을 지내고 있다.
 
특히 이앤컴퍼니 매매 과정에서 획득한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권을 행사하면, 가온누리는 572만1979주를 획득해 테라셈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전환권 행사는 2023년 11월13일까지다.
 
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 관계도. 출처/이앤컴퍼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또 눈길을 끄는 것은 가온누리가 테라셈에 매각하기 전 보유한 이앤컴퍼니 주식 1759만주는 원래 나로테크가 소유하던 주식이었다는 점이다.
 
이앤컴퍼니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두 회사(가온누리, 나로테크)가 없었다면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테라셈, 가온누리, 나로테크는 이밖에도 이앤컴퍼니 경영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