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금호석유(011780)화학이 집안싸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소문만 무성했던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경영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과 박 회장이 금호석화의 자사주 처분 카드가 남아있어 계열분리가 아닌 경영권 찬탈을 위한 박 상무의 반기는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다.
26일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 공동 보유 관계를 해소한다"라고 공시했다. 박 상무는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지분율은 6.7%,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는 7.2%다. 지금까지는 박 상무는 박 회장과 박 전무와 함께 금호석화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는데, 이날 공시를 통해 "특수관계인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출처/뉴스토마토
박 상무의 거취는 시장에 관심이었다. 동갑내기 사촌형제인 박 전무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박철완 상무는 개인 기준으로 최대주주임에도 그의 직책에는 언제나 '상무'가 있었다. 2012년 상무보로 시작한 그는 2015년 4월부터 줄곧 상무다. 반면 같은 시기 함께 상무보로 임원 생활을 시작한 박 전무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박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10년째 '박 상무'인 최대주주는 일반 기업에서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지난 하반기 기타법인의 매수세와 금호석화의 금호리조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박 상무에게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박 상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계열 분리와 경영권 획득이다.
박 상무가 계열 분리를 선택한다면 어떤 계열사를 가져갈지가 관건이다. 가장 유력한 계열사로는 곧 인수될 금호리조트다. 금호석화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계열 분리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했다. 금호석화가 평가한 금호리조트의 전체 기업가치(EV)는 박 상무가 보유한 금호석화의 지분가치(당시 주가는 16만~17만원 선이었다)와 유사하다. 또한 박찬구 회장이 금호리조트를 줄 경우, 기존의 석유화학 계열사를 박 상무에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
반면 현재 주목받고 있는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우선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렵다. 박찬구 회장이 보유한 경영권을 박 상무가 갖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과반수가 자기 사람이어야 한다. 만약 올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려면 주주명부폐쇄 기간 전에 유의미한 성과가 있어야 했다.
박 상무의 움직임은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 하반기 박 상무 측 법무법인이 행동주의로 유명한 자산운용사과 접촉했지만, 주식 수 관련 문의 수준에 그쳤다고 전해진다.
또한 금호석화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 소수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집중투표제가 가능하다면 이사 선임 시 의결권을 한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이사회 진입이 용이하다.
게다가 다음 주총을 위해 지분율을 높인다고 하더라고 금호석화에는 자사주가 걸린다. 금호석유화학은 발행주식 3046만7691주 중 559만 2528주를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발행 주식의 약 16%가 자기주식이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 상황이 격화된다면 박찬구 회장은 이사회에서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하고, 회장 일가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려면 확실한 백기사가 필요하다.
우군의 물량으로 추정된 기타법인들의 매도세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10월과 11월 기타법인은 금호석화의 지분을 500억원가량 집중 매수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에 절반 정도를 매도했고, 공시가 있었던 지난 27일에는 약 110억원을 매도했다. 박 상무의 발표 시점을 전에 많은 물량을 매도한 점을 고려할 때 우군의 물량으로 보긴 어렵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위험을 느낀다면 자사주를 매입하던가 백기사를 초빙할 수 있다"면서 "또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본의 화학 기업들과 주식 맞교환을 통해서도 우호지분을 활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박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다면 효성그룹과 유사한 상황을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014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문 미국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 등으로 형인 조현준 회장과 류필구 전 노틸러스효성 대표 등 효성그룹 계열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는 "박 상무는 쓸 카드가 많지 않기에 극단적인 카드를 쓸 수도 있다"면서 "효성과 유사한 방법으로 박찬구 회장에게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