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기업가치 1.8조 인정…승계의 '맥점' 된다
CJ그룹, 올리브영 기업가치로 2조±10% 제시…"통상적 평가로 나오지 않는 수준"
높은 지분 가격, 글랜우드PE에 재매각 동기 부여·CJ올리브영 기업가치 증대 가능성
회장 일가, 현금 마련 ·잔존 CJ올리브영 지분 가치 제고 가능성
이재현 회장 (주)CJ 지분 증여 타이밍에 시장 관심 높아져
공개 2020-12-29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CJ(001040)가 올리브영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매각에 성공했다. 이번 프리 IPO는 회장 일가에게 향후 승계 작업의 '맥점'으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날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CJ올리브영 소수 지분에 관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CJ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로 2조원±10%를 제시한 탓에 많은 예비입찰 후보자들이 중도 이탈했으나 JKL파트너스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막판까지 글랜우드와 경합했다. 
 
CJ가 제시한 기업가치 2조원은 매우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2조원은 가치평가시 자주 쓰이는 EV/Ebitda 배수(멀티플)로 17~18배 수준인데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15년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배수가 10~11배, 현재 GS리테일(007070)의 현재 24일 종가(3만 4450원) 기준으로 배수는 8배 전후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가치 평가로는 나오지 않는 가격으로 CJ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면서 "글랜우드PE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인수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CJ가 제시한 최초 가격이 높은 탓에 마지막에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0% 떨어진 1조 8000억원 전후라고 전해진다. 일진디스플(020760), 메디콕스(054180) 등 유상증자 공모 소식이 최종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지분 투자는 재무적투자자(FI)에게 3개월~2년 이하의 단기 투자 성격이 강한 딜이라 두 기업의 증자는 PE 성격 투자에 선택지를 제공했다.  
 
CJ와 주간사 CS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협을 선정하지 않고 후보들을 최대한 경합시켰다. 사모펀드(PE) 관계자는 "매도자(Seller) 우위 시장을 100% 활용하기 위해 우선협상 대상자를 뛰어넘고 바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같다"면서 "최대한 후보자 간에 경쟁을 붙여 CJ가 원하는 조건을 얻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는 높은 가격에 매각함으로써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 중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부장(17.97%)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0.03%) △장녀 이경후 CJ ENM(035760) 부사장(6.91%) 등 오너 일가 지분이 일부 포함돼 있다. 매각 대금은 향후 승계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프리IPO는 지분 매각 목적만 있지 않다. 만약 지분 매각만이 목적이었다면 오너 일가의 지분 전부를 매각했겠지만, 일부만 매각한 것이 그 이유다. PE 관계자는 "이번 딜은 동반매도청구(Drag-along), 매수청구권(Put Option) 등의 조건이 없었는데, 이유는 인수한 FI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게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글랜우드가 인수한 지분을 높은 가격으로 되팔기 위해서는 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글랜우드PE에 높은 매입 가격이란 리스크를 전가하며 글랜우드PE가 올리브영 기업가치를 높일 동기도 부여했다. 글랜우드가 올리브영 지분을 높은 가치로 재매각할 경우, 글랜우드는 수익을 얻고 CJ는 좋은 과거 사례 가격을 얻게 된다. 
 
CJ올리브영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승계 작업에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지분 보유, 지분 매각 ,총수 일가의 CJ올리브영 주식과 (주)CJ 주식 교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CJ의 승계는 지난해부터 속도를 더하고 있다. CJ는 씨앤아이(C&I)레저산업과 더불어 자녀들의 지분이 많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인적분할했다. 이후 두 자녀가 보유한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주)CJ와 주식교환을 했다. 당시 CJ올리브네트웍스는 국내 1위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 사업부와 그룹사 승계에 요긴하게 쓰이는 시스템 구축(SI)과 운영(SM) 사업부로 구성돼 있었다. 이번 프리IPO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의견이 대다수다. 
 
두 자녀가 큰돈을 쥐는 터라 시장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 지분을 두 자녀에게 언제 증여할지에 또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9일 두 자녀에게 우선주(CJ4우(전환)(000104)) 184만 1336주를 증여했다가 올 3월 취소하기도 했다. 주가 급락, 절세 등이 취소의 배경이었다. 
 
한편 승계 작업의 또 다른 축인 경영 수업은 두 자녀 간 속도가 엇갈리고 있다.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상무에서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2년 만에 승진이다. 그의 남편인 정종환 CJ그룹 부사장 역시 지난해 부사장 대우로 승진, 그룹 내 부부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반면 이선호 부장은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선호 부장의 복귀는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라면서 "두 자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만큼 올리브영 지분 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