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저축의 날과 회계의 날
공개 2020-11-13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옛날에는 ‘저축의 날’이 있었다. 1964년에 처음으로 10월의 마지막 화요일을 저축의 날로 제정하였고, 1973년부터는 대통령령으로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그때는 ‘저축이 미덕’인 시대여서 1981년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든 1호 공익광고도 ‘저축으로 풍요로운 내일을’이었다. “저축의 날은 저축의식 고양을 통해 경제개발자금 조성, 국민 재산형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어렸을 때 저축하는 어린이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당시에 ‘소비는 미덕’이라는 말은 우리와는 관계없는 먼 나라의 얘기였다.
 
세상이 변하면 미덕도 변하는 것인가? 2000년대 들어 저성장시대가 되고 기준금리가 1%대까지 감소하는 등 저축의 중요성이 감소하자 정부는 투자와 소비를 장려하여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2016년부터 저축의 날을 ‘금융의 날’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금융위원회는 “이제는 국민들의 재산형성방식이 저축뿐만 아니라 펀드투자 등으로 다양화되고, 금융의 시대적 역할도 기술금융·자본시장 육성·서민금융 등으로 변화”되었으므로 이러한 금융환경과 역할의 변화를 반영하여 기존 저축의 날을 금융의 날로 확대·개편하였다. 금융의 날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국가기념일이다.
 
지난 10월 31일은 ‘회계의 날’이었다. 회계개혁법인 「신(新)외부감사법」이 제정·공포된 날(2017년 10월 31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8년부터 10월 31일을 회계의 날로 제정하였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신외부감사법의 개정으로 회계의 날이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신외부감사법에 의하면 “회계투명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회계분야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회계의 날을 제정하였다. 올해까지는 한국공인회계사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주관하였지만 내년부터는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회계의 날이 제정되고, 내년부터 국가기념일이 된 것은 회계가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요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단순반복적인 장부기입을 의미하는 ‘부기’를 ‘회계’와 동일시하며, 회계는 회계부서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고, 회사의 경영진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겼던 과거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계가 잘못되면 국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게 되는가를 지난 IMF 외환위기 때 경험하고, 국제회계기준의 도입과 각종 회계감사 제도의 도입을 시도하였지만 우리나라의 회계순위는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6월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회계분야 순위는 63개국 중 지난해 61위에서 올해 46위로 15단계나 상승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우리나라의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가 23위인 것에 비하면 46위는 아직 낮은 순위이지만 꼴찌권을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축하할 일이다. 
 
회계와 관련된 제도개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노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까지의 회계개혁은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등 영리법인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지난 정의연 분식회계 논란에서 보듯이 앞으로는 비영리조직에 대한 회계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회계업계의 반성과 노력이 중요하다. 과거의 분식회계가 회사 경영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한 감사인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회계개혁은 결국 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주주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그 혜택을 받으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기업, 정부, 회계업계 등의 인식 전환과 노력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회계개혁이 실패하면 이제 우리나라 회계는 희망이 없다는 자세로 사회적 책임과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세계 10위권 수준의 경제규모에 맞게 우리나라의 회계순위도 10위권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를 통해 기쁜 마음으로 회계의 날을 맞이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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