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과속단속 표지판과 테마감리
공개 2020-10-16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운전을 할 때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다는 표지판을 자주 본다. 단속을 하려면 표지판이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단속하고 있다는 표지판이 있으니 가끔 의아하기도 하다. 과속단속 표지판은 왜 있을까? 아마도 단속이 목적이 아니라 과속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속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단속 중이라는 표지판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속단속 표지판과 유사한 것이 회계에도 있다. ‘테마감리’라는 것이다. 먼저 ‘감리’란 회사의 재무제표와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각각 회계처리기준과 회계감사기준에 부합한지 심사·조사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업무를 말한다. 즉, 감리란 회사가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감사인은 제대로 감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사전예방적 회계감독 및 감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중점 점검분야를 사전예고하는 테마감리를 실시 중에 있다. 여기서 ‘테마감리’는 재무제표 작성 단계부터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하고, 특정 회계이슈에 한정한 집중 점검으로 감리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회계오류 취약 분야를 미리 예고하는 것이다. 즉, 테마감리는 내년에 집중 감리할 회계이슈(즉, 테마)를 사전에 예고하고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부터 매년 4개 분야를 선정하여 테마감리를 시행하고 있다. 
 
사후 조치(징계)에 치중하기보다는 사전에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준다는 점에서 테마감리는 과속단속 표지판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2019년부터는 회계감독 선진화 조치의 일환으로 재무제표 심사제도를 도입하여 테마감리를 심사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재무제표 심사제도’는 최근 공시자료 중심의 심사로 경미한 회계기준 위반은 지도 및 수정공시 권고로 종결하고, 중대한 위반은 감리를 실시하는 제도다. 즉, 2019년부터는 테마감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재무제표심사 제도의 일환으로 운영 중이다. 공시시점도 12월에서 6월로 앞당겨져서 2021년의 회계이슈는 2020년 6월에 발표하였다.
 
2021년의 4가지 회계이슈는 재고자산 회계처리의 적정성과 무형자산 회계처리의 적정성(영업권, 개발비 제외), 국외매출 회계처리의 적정성 및 이연법인세 회계처리의 적정성이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이 2021년에 감리를 할 때는 재고자산의 저가법 적용, 순실현가능가치 추정 등과 같은 ‘재고자산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니 특별히 신경써서 회계처리를 하라고 2020년 6월에 미리 알려준 것이다.
 
테마감리는 과속단속 표지판처럼 사후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미리 준비를 하라고 사전에 알려주어 제도개선을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사전예방적 회계감독을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다. 또한 테마감리를 위한 회계이슈가 정해지면 회사가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테마감리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따라서 테마감리는 계속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 테마감리의 문제점도 있다. 테마감리와 본래 의미의 재무제표 심사제도는 다른 것이다. 본래 의미의 재무제표 심사는 회계감독당국이 회사의 공시자료 등을 중심으로 회사의 재무제표 오류가 있는지 심사하여 특이사항을 발견하는 경우 회사의 소명을 듣고 수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속한 수정공시를 권고하는 제도다. 즉, 재무제표 심사는 회사의 잘못에 대하여 사후제재를 하는 것보다는 빨리 수정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빠른 수정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테마감리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속단속 여부와 관계없이 규정속도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테마감리 회계이슈 선정 여부와 무관하게 회사는 올바른 회계처리를 하고 감사인은 적정하게 감사해야 한다. 테마감리가 잘 운용되는 세상보다는 테마감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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