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해 롯데케미칼…배터리 승부수보다 필요한 것은
코로나·대산공장 화재 등으로 상반기 영업적자 530억원
신동빈 회장, 실적 반등의 돌파구로 배터리 소재 낙점
문제는 투자 재원 마련…업황 및 실적 개선 절실한 상황
공개 2020-10-14 09:30:00
대산공장. 출처/롯데케미칼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대내외 악재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롯데케미칼(011170)이 내년 실적 반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주력인 석유화학업이 불황을 거듭하면서 최근 자회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에 투자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업황 및 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추가 투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8일 재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와 대산공장 화재 등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면서 "배터리 소재 투자 역시 글로벌 시황에 변동성이 큰 석유화학 업종 자체에 대한 고민과 미래 먹거리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움직임이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적자는 530억원을 기록했다. 동종업체인 LG화학(051910)한화솔루션(009830)이 같은 기간 각각 7774억원, 29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가 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은 지난달 두산솔루스(336370) 지분 인수에 나섰다.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흔들리고 있는 그룹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부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번 두산솔루스 투자를 배터리 소재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 부회장이 지난 8월 퇴진하면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화학BU장 및 대표이사 CEO와 임병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히타치 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일본 쇼와덴코에 밀렸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올해 쇼와덴코 지분 4.69%를 약 1700억원에 매입했다.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 산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일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수요 회복에 따른 ABS 스프레드 호조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부가 제품 위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M&A를 통한 외형 확장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2차전지 소재 투자를 통한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기대감은 향후 긍정적인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출처/하이투자증권
 
하지만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실적 회복이 급선무다. 올해 실적 전망은 안갯속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15조1230억원에서 올해 13조18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070억원에서 2440억원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회복의 핵심인 대산공장 재가동 시점도 주목된다. 지난 3월 화재로 가동 중단된 이후 연내 재가동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재가동에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화재 이전 상태로 가동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3조3000억원 규모의 연 매출을 올렸던 대산공장의 실적 부진은 뼈아픈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전체 매출의 21.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대산공장은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 전체 생산량의 20%(연산 110만t)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대산공장 가동 중단의 기회비용이 올해 2000억원 정도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전 세계 유행병 창궐, 대산 크래커 화재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 에탄가격 급등, 허리케인 영향 및 중국 방향족 증설 확대 등 악재란 악재는 모두 반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출처/나신평
 
아울러 중·단기 현금흐름은 이전 대비 저하된 수준이다. 미국 생산법인에 대한 투자는 2018년 대부분 완료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유화단지(크래커) 건설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약 44억달러, 2023년 완공) 등으로 회사의 투자자금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016~2017년 1조원이 넘는 수준까지 유지됐으나 2019년 3960억원까지 떨어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당장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다기보다는 일차적으로 배터리 핵심소재에 대한 투자의 목적이다"라며 "앞으로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추가 투자가 이어질지는 현재 단계에서 확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