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M&A…산업은행 자회사 참여의 3대 쟁점
매수자·매도자와 밀접한 산은, '셀프매각' 지적
세금으로 샀다 팔았다? 공공기관 기능 형해화 우려
"감독 기관·언론·시민단체의 감시 기능 요구"
공개 2020-10-07 09:3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는 말이 있다.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 있다는 뜻으로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산업은행, 현대중공업그룹, KDB인베, 두산(000150)그룹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프라코어 인수·합병(M&A)에 요구되는 격언이기도 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에 관한 예비입찰에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인베)가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했다.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산업은행은 매수자(Buyer)와 매도자(Seller) 모두에 개입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주요 주주이자 투자자가 될 예정이며 두산그룹과는 인프라코어 매도를 포함한 재무구조개선을 약정했다. 
 
 
 
첫 번째 쟁점, 이해 상충…스스로 샀다 팔았다?
 
법률적 의미의 이해 상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코어의 매각 주체는 두산그룹(두산중공업(034020))이다. 매수 주체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자회사 KDB인베는 투자자로 참여했다. 산업은행은 법률적으로 어느 쪽이든 주체가 아니기에 직접적인 이해 상충 문제는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KDB인베 사이에 내부 통제(Fire-Wall)만 잘 작동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산업은행은 이번 M&A에 개입돼 있지만 어디 진영에도 속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번 M&A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KDB인베의 전략적 파트너는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042660) M&A가 마무리될 경우, 한국조선해양(009540)의 3대 주주가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지주(267250)의 계열사다. 
 
산업은행은 양 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산업은행이 이해관계자로서 M&A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를 '매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A를 20년 이상 자문한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셀러와 바이어랑 관련 있기에 셀러의 정보가 (잠재적인) 바이어에게 갈 수 있다"면서 "정보가 새어나갈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산업은행이 불식시키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원칙적인 입장이다. 지난 28일 이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은 구조조정 목표만 정해주고 나머지 부분은 (두산그룹에) 자율성을 부여했다"면서 "(인프라코어 인수 역시) KDB인베 자체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 주머니 옮기기세금→두산→세금
 
인프라코어 M&A를 놓고 '눈 가리고 아웅', '조삼모사'란 지적이 있다.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을 살리기 위해 3조원의 여신 한도를 제공,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만약 KDB인베가 산업은행에서 자금을 받고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왼손'에 있던 공적자금을 '오른손'에 있는 공적자금으로 메꾼 꼴이다. 
 
설사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한 재무구조 이행약정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또한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한다. 정책의 집행 과정이 실질적으로 공표한 방식과 달리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책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이기도 하다. 
 
하지만 KDB인베는 투자자(LP)로서 은행과 연기금 등에서 펀딩을 받아 출자를 할 방침이다. 자금의 원천을 따지고 볼 때 세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운용사(PEF) 대표는 "산업은행이 아닌 KDB인베가 M&A에 참여한다는 뜻은 KDB도 산업은행 돈을 쓰지 않고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다는 것"라면서 "현대중공업이 후순위, KDB인베는 선순위나 중순위 론을 신디케이션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쟁점,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력 없는 매물일까?
 
구조조정 딜의 전제는 매물 매력도가 낮음을 전제로 한다. 매력 없는 물건의 M&A는 좌초되기 일쑤다. 반면, 매력 있는 기업의 M&A는 매도자가 우위다. 당연히 가격도 높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이달 중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달러(약 47조30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관련 M&A는 유동성 위기에 놓이거나 부도 위기에 놓인 기업이라 매물 매력도 문제는 항상 나온다. 게다가 산업은행 품에 들어갈 경우, 부실기업이 공기업화가 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곤 한다. 
 
구조상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KDB인베를 설립했다. 구조조정 관련 PEF 관계자는 "채권단(산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시장은 한계가 있으며 자본시장과 채권단을 구분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게다가 산업은행 주도의 M&A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촉매제'가 있다면 산업은행 M&A의 구조적 문제점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IB업계에서는 두산밥캣(241560)이 없는 두산인프라코어 자체에 대해 재무 여력은 부족하지만, 사업 매력은 있는 곳으로 평가한다. 물론 DICC 소송 문제는 별건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산의 80~90%가 담보로 잡혀있을 만큼 차입금에 의존하는 회사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아킬레스건이다. (참고 : 두산인프라코어가 DICC 소송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 http://www.ibtomato.com/View.aspx?no=3617&type=1)
 
하지만 주력 사업인 건설기계 부문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고, 별도 기준으로 매년 3000억원 전후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한다. Caterpiller, XCMG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을 상대하기에 경쟁 강도는 상당하지만, 업계 기준 국내 1위이며 건설기계 시장은 진입장벽도 높다는 장점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들어온 이상 인수 이후에도 두산인프라코어 밸류 업은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라며 "전문성 있는 대형 구조조정 전문 PE인 KDB 인베가 들어가야 하는 딜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매물 가격도 문제다. 시장 가격이 곧 공정 가격이란 등식은 없다. 그렇기에 싼값에 인수할 경우 KDB인베는 향후 투자금 회수(Exit) 실적 평가 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어려워지자 산업은행이 매각을 지시했는데 KDB인베가 싼값에 산다면 비즈니스 윤리(Ethics) 문제에, 반대로 비싸게 산다면 두산그룹 지원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그렇기에 공정위, 금감원 등의 감독과 언론, 시민단체의 감시가 요구된다"라고 주장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