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빚 곱절 늘고 영업익 반토막…재무수준 저하
OLED·배터리·통신 등 투자 확대…차입 확대 불가피
지난해 거액의 손상차손, 향후 영업이익에 긍정적
공개 2020-09-25 10:0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최근 3년 새 LG그룹은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사이 차입금은 가파르게 늘었다. LG(003550)는 OLED, 배터리, 통신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재무안정성이 하락했다. 하지만 주력인 전자와 화학 부문의 실적 저하로 그룹 영업이익 규모는 축소했다. 
 
LG그룹 포트포리오. 출처/한국신용평가
 
23일 한국신용평가는 '실적 하락과 차입부담 확대, 반전을 위한 투자성과 가시화 여부에 주목'이란 그룹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원영 한신평 선임 연구원은 "LG그룹은 그룹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70~80%를 창출하는 전자, 화학 부문의 사업경쟁력과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주력인 전자, 화학 부문의 수익성 하락과 투자 확대로 그룹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은 전년 대비 저하됐다"라고 말했다. 전자, 화학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며 2017년 11조원을 시현했던 그룹 영업이익 규모는 2018년 8.4조원, 2019년 5.2조원으로 감소했다. 
LG그룹 차입금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차입금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그룹의 총차입금은 48.8조원으로 2017년 말 기준 25.9조원에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차입금은 투자가 늘어난 탓이다. 투자 확대는 5G, OLED, 전기차 배터리 등 산업 생태계 변화에 발맞추는 과정이다 보니 불가피했다. 그 탓에 LG화학(051910), LG디스플레이(034220), LG유플러스(032640) 등 주요 계열사는 투자가 늘었다. 
 
게다가 LG화학은 올해 전지 부문 증설 투자 약 3조원을 포함하여 연간 5~6조원 수준의 자본적 지출(Capex)이 예정돼 있다. 최 연구원은 "상위권의 시장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투자 규모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General Motors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 지분투자 관련 자금 유출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의 LCD 패널 공급 확대에 따라 OLED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적자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 폭은 확대 중이다. 올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영업손실률은 8.8%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 손실에서 4.3%p 확대됐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OLED 투자 가속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전방 수요 불확실성 등을 감안 시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의 위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는 LG헬로비전 인수, 5G 관련 투자 확대 등에 따라 차입 부담이 늘었다. 하지만 무선부문 ARPU(가입자 당 평균 매출액) 상승 전환, 유선부문의 견조한 실적 등이 수반되며 한신평, 한기평 등 신평사에서는 중단 기간 안정적인 외형 성장 및 영업이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앞으로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요소는 있다. 지난해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가 거액의 손상차손 등 영업 외 비용으로 6조5598억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의 해외 법인 중 국내 계열사에 지분 투자하지 않은 부분을 제외한' 공정위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LG는 그룹 전체적으로 87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거액의 손상차손은 향후 영업이익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LG그룹의 계열사들은 재무제표 상 호실적을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감사를 전문하는 한 회계사는 "손상차손으로 유형자산 등의 계상액이 줄어들게 될 경우, 향후 감가상각비가 줄어든다"면서 "줄어든 감가비만큼 영업이익이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