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필룩스(033180)가 수익성이 급격히 꺾이는 비상상황 속에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 확대로 현금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필룩스는 영업·투자활동 모두 현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 재무활동현금 확보로 대응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진출한 신사업들의 성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호텔업 진출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자가 예정돼 있어 향후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유동성 위기와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기 힘들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필룩스는 4500만주의 기명식 보통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예상 모집금액은 1291억5000만원이고 모집 방법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인수자로 참여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현금흐름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동안 필룩스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과 투자활동현금흐름 유출을 재무활동현금흐름 유입을 통해 충당해왔다.
최근 3년간 연결 기준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7년 88억원, 2018년 마이너스(-)229억300만원, 2019년 244억3500만원을 기록했다. 2017년은 영업활동현금 유입이 발생했지만 2018년에는 110억4200만원의 당기순손실 영향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도곡동 카일룸분양에 따른 재고자산의 원가화 및 수익 인식으로 당기순이익이 흑자전환하며 일시적인 현금 유입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투자활동현금흐름이다. 신사업 진출 영향으로 꾸준한 유출이 일어났다. 2017년 상지카일룸 50억원, 바이오텍 35억원 등 매도가능자산의 취득으로 100억6700만원의 유출이 일어난 후 2018년에는 리미나투스 파마(Liminatus Pharma,LLC) 280억원,
금호에이치티(214330) 150억원, 폴라리스2호조합 75억원 등의 취득으로 인해 557억5500만원이 유출됐으며 2019년에는
장원테크(174880) 전환사채 225억원, 장원테크 보통주 80억원, 금호에이치티 보통주 60억원,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취득 400억원 등 1119억원의 투자활동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에 필룩스는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대응해왔다. 2017년에는 전환사채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으나 기존 차입금과 전환사채를 상환하며 42억1600만원의 재무활동현금 유출이 발생했고 2018년에는 전환사채 70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 220억원으로 901억5400만원의 재무활동현금이 유입됐다. 지난해에는 전환사채 230억원 발행, 제3자배정 유상증자 326억원 등을 통해 1046억700만원 현금 유입이 생겼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1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5월에는 9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필룩스는 재무활동현금 유입과 관련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해 상환 부담이 없고, 전환사채 또한 전환가액이 현 주식 시가보다 낮아 전환될 확률이 높아 상환 가능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면 대규모 상환이 진행될 수 있고 특히 수익성 악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부진하거나 지속적인 유출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내 경기 악화와 금융시장 부진 등으로 재무활동현금 유입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3월 말 기준 필룩스의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771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에서 97.47%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필룩스의 수익성은 나빠진 상황이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17년 83억9800만원에서 2018년 10억3500만원으로 87.7% 줄었으며 2019년에는 29억400만원으로 반등했으나 2017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기순이익은 더 심각하다. 2017년 37억2600만원에서 2018년 -110억4200만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2019년 -116억8400만원으로 적자를 지속 중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6억4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 186억15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17년 이후 의약 등에 진출한 신사업과 관련된 종속회사들이 편입된 영향 탓으로, 지난해에는 장원테크, 이엑스티, 인마크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 인수에 따른 공동기업투자손상차손, 지분법손실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제 필룩스의 종속회사로 바이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바이럴 진, 카티셀코아는 지난해 각각 18억6800만원, 4억6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올 1분기에도 1억3200만원, 9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 가운데 호텔사업 진출로 인한 지속적인 투자활동현금 유출이 예상된다. 필룩스는 지난해 12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하얏트 아메리카가 소유한 서울미라마(유한)의 지분을 사모투자합자회사(PEF)를 통해 취득하기로 결정하고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에 400억원(지분 19.95%)을 출자했다. 서울미라마(유한)은 서울시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서울을 100% 소유하고 있다.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현재 인마크자산운용사(34.11%), 인마크23호펀드(30.92%), 필룩스, AR 3홀리데이 PTE. LTD(14.96%)로 구성돼 있다. 이중 인마크23호펀드는 필룩스의 최대주주인 삼본전자가 62.88%, 필룩스의 자회사 장원테크가 19.2%, 장원테크의 자회사 이엑스티가 17.92%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필룩스가 인마크23호펀드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필룩스는 2023년까지 인마크자산운용사 지분 34.11%와 AR 3홀리데이 PTE. 지분 14.96%를 모두 확보해 그랜드 하얏트호텔 지분을 100% 소유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필룩스는 인마크자산운용사가 갖고 있는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과 AR 3 HOLIDAY PTE. LTD 갖고 있는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콜옵션 행사가격은 AR 3 HOLIDAY PTE. LTD 350억원, 인마크자산운용사 738억7200만원이다. 필룩스는 AR 3 HOLIDAY PTE. LTD 콜옵션가 350억원 중 265억원, 인마크자산운용사의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우선주 콜옵션가 414억7200만원 중 339억2700만원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모집한 자금으로 충당한다.
부품·소재·조명에 집중된 사업 부분을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결정이지만 호텔업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필룩스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업종인데다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전환사채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한 만큼 진출한 호텔사업의 성과가 미진할 경우 재무적 손실은 물론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필룩스 관계자는 “호텔 실적에 따른 불확실성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것”이라며 “본격적인 호텔운영 및 호텔 부대시설 개발 사업 진행은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지분 취득이 마무리된 후이기 때문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충분히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관리에 대해서는 현재 추가적인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7월부터 영업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는 있는 등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라며 “영업현금흐름이 양호해지면서 추가적인 재무활동현금 유입이 없어도 투자현금 유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