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000150)그룹이 두산모트롤 사업부(모트롤BG)의 최종 인수자 선정을 앞두고 매각 가격을 끌어올리려 경매 호가식 입찰을 선택했다. 당초 매각 희망가였던 5000억원만큼 쓴 인수 후보자들이 없다 보니 경쟁을 통해 가격을 한 단계 더 높이려는 모양새다.
두산 모트롤이 생산하는 유압기기가 들어가는 주요 건설기계의 이미지. 출처/두산모트롤 홈페이지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체인 크레디트스위스(이하 CS)와 두산그룹은 모트롤BG 매각을 위해 경매 호가 방식(프로그래시브 딜)을 도입한다. 프로그래시브 딜이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해 본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이는 방식으로 매각 가격을 높이는 목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 웰투시인베스트먼트-소시어스 컨소시엄(이하 웰투시)과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PEF)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퀘티 등이 프로그래시브 딜에 참여할 전망이다.
CS는 모트롤BG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최근 진행했다. 하지만 본입찰 결과, 두산그룹이 희망한 5000억원을 써낸 원매자들은 없었다. 가격 차이의 주요 원인을 전문가들은 방산 부문에서 찾았다. 모트롤 사업부는 주로 중장비에 들어가는 건설기계와 방산무기용 유압기기를 생산한다.
모트롤 사업부 내 방산 부문은 효율의 대명사다. 정부 정책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정적으로 사업이 운영된다. 지난 2015년부터 올 1분기까지 방산사업부의 평균가동률이 항상 98%로 일정했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 미리 주문을 받아 생산 준비를 하고 그에 맞춰 생산을 한다는 의미다. 급식으로 비유하면 '잔반'이 없는 '정량 배식'인 셈이다. 건설기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안정되다 보니 효율적인 공장 운영이 가능하다"라면서 "매출 규모로 공헌도는 적을 수 있지만 영업이익에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PEF가 향후 투자회수(Exit)를 할 때는 장애물이 된다. 방산사업은 정부 승인 없이 해외에 파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인수 후보들은 거래 배수(멀티플)에 반영하다 보니 두산그룹과 가격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멀티플 10배를 원한다. 모트롤BG의 상각 전 영업이익이 500억원대로 추산되기에 5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인수 후보들은 적게는 7배, 많게는 8배 수준이다.
그렇기에 CS는 이를 좁히기 위해 경쟁 호가 입찰이란 방법을 꺼내들었다. CS는 매각주간을 할 때 막판에 가격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레시브 딜을 즐겨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매자들이 두산그룹이 원하는 가격만큼 써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 딜은 구조조정 성격의 M&A이기에 거래 성사가 될 필요가 있다"라면서 "멀티플 1배도 큰 차이다 보니 앞으로 프로그레시브 딜에서 가격 차이를 어느 만큼 줄일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잠재력이 풍부한 회사만 10배 내외의 멀티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잠재력이 풍부한 회사들의 가치가 10배 이상이었다"면서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가 모트롤BG를 멀티플 10배를 주고 산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계열사 네오플럭스 매각에 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금융지주를 선정했고, 매각 금액은 약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