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앞두고 적자행진 멈출 실적개선 급선무로켓배송 기반한 높은 수수료 '로켓제휴' 선보여인건비 부담 속 재고비용 감소 기대 및 인프라 투자네이버·현대백화점 등 경쟁 심화 속 수익성 강화 골몰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한국의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쿠팡의 나스닥 상장 시점 및 가능성을 보도했다. 문제는 실적. 빠르면 내년 상장이 목표인 상황에서 올해 흑자전환은 필수다. 이를 위해 최근 쿠팡은 로켓배송보다 수익성이 좋게 설계된 로켓제휴를 야심 차게 내놨다. 혁신보다 수익성을 택한 쿠팡의 이 같은 행보는 상장에 대한 당장의 절박함이 읽히는 대목이다.
28일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이 처음 나왔을 때 혁신이라기보다 택배 사업자가 아닌 상황에서 직접적인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법망을 잘 피해갔다"면서 "이번에 도입한 로켓제휴 역시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등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 높은 수수료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쿠팡이 처음으로 도입한 로켓제휴는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의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아마존의 풀필먼트서비스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보인다. 판매자가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면 쿠팡은 이 상품을 매입한다. 이후 보관부터 고객만족(CS) 응대, 로켓배송까지 쿠팡에서 책임진다. 판매자는 가격은 물론 할인율·프로모션 진행 여부까지 모두 직접 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쿠팡은 로켓제휴 역시 '매입'의 방식을 통해 법망을 피해갔다. 유상운송의 금지 조항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6조에 따르면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쿠팡은 택배사업 자격이 없다. 따라서 물류비를 직접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매입 절차를 거치면서 배송 전까지 쿠팡 소유가 되기 때문에 배송이 가능해진다.
성패 여부는 판매자들이 보는 수수료 수준이다. 로켓제휴의 수수료는 카테고리별로 다르지만 쿠팡 내 일반 상품의 수수료보다 2~3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품 보관과 로켓배송, CS 비용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게 설정됐다고 쿠팡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수익에 집중한 상품을 내놓은 건 대규모 손실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상장뿐 아니라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를 계속 받아 덩치를 키우는 사업규모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연결 기준 2019년 매출이 7조15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4.2% 증가한 수치다. 대형마트 '빅3' 중 한 곳인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6조3306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조1276억원)보다 36% 감소했지만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해 본적이 없다. 2018년 영업손실은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전해진다. 쿠팡은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3조7210억원에 이른다.
로켓배송을 위한 인건비도 부담이다. 2019년 1조4000억원으로 전년(1조117억)보다 약 3900억원 늘어났다.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1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4배 올랐다. 쿠팡의 직간접 고용 인력은 2019년 3만명까지 증가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 비용 중 2018년 기준 인건비(53%)와 운반 및 임차료(13%) 부담이 가장 크다"면서 "플랫폼 사업 강화와 더불어 택배 효율성 향상을 통한 손익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SK증권
기존 재고비용 감소를 위해서도 로켓제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쿠팡이 판매자의 상품을 사입(상거래를 목적으로 물건 따위를 사들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은 직매입 구조로 쿠팡이 재고 관리 부담을 떠안는데 반해 로켓제휴는 판매자의 상품을 매입하지만 특정 기간 동안만 쿠팡이 소유권을 갖는 특정매입 구조다. 판매자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쿠팡의 창고에 잠시 가져다 놓는 셈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재고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2019년 기준 쿠팡의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은 매출액 대비 71.89%에 달한다"라며 "로켓배송을 위한 추가적인 사입재고의 확대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회전율도 가까스로 10 에 도달했다. 쿠팡이 로켓제휴에 거는 기대다.
로켓제휴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인프라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의 100%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지난 24일 충북 음성군 금왕테크노밸리 산업단지에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기공식을 가졌다. 이 물류센터는 축구장 14개 넓이로 총 투자비용은 1000억원이다. 완공 예정일은 2021년8월이다.
아울러 동종업계나 대기업과의 경쟁 심화 역시 수익성 강화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국내 최대 IT업체인 네이버가 올해초 '종합 쇼핑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이미 20조원을 넘어서며 17조원 수준의 쿠팡과 이베이코리아를 앞질렀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32만명에 달한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현대글로비스와 8월 새벽배송 서비스를 다시 내놓는다. 현대백화점은 새로 선보이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현대식품관 투 홈’의 물류를 현대글로비스에 위탁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물류센터를 직접 임차해 상품 입고와 보관, 포장, 배송 등 모든 것을 도맡는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에 내놓은 로켓제휴의 경우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기대하는 상품이다"라면서도 “수수료 수준이나 기업공개와의 연결성 여부 등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라고 밝혔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