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의 인수자로 블루코브자산운용이 결정되며 매각 작업이 순항 중이다. 다만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건설이 끝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며 임차인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을 키운다. 업계 전문가들은 두산건설마저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리스크의 현실화 걱정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블루코브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자산실사가 마무리되면 9월 안에 거래가 종결된다.
매각가격은 평당 2500만원에서 28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옥은 두산그룹이 2013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세일앤리스백(S&LB) 형식으로 매각했다. 오는 2028년까지 두산건설이 책임임차(마스터리스)하는 조건이다. 현재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사옥 지분 81%, 두산그룹 계열사인 오리콤이 20%가량 들고 있다.
두산건설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인 블루코브자산운용이 해당 사옥을 품에 안는 것이 확실시되는 모양새다. 두산건설은 2013년 세일앤리스백 과정에서 해당 사옥을 먼저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획득했는데, 재무사정 악화로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임차인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두산건설의 재무사정이 좋지 못한 데다 두산건설이 사옥을 분당으로 옮길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임차 의무를 승계할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한다면 2028년까지 연간 100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낭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 입장에서는 깔끔하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사용하지 않는데 임대료를 내는 것도 부담이고, 그렇다고 대체 임차인을 내세워 전대차계약을 맺자니 이것 역시 결국에는 임차인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현재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2014년 이후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이어져 재무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역시 2014년 5조원에서 올해 1분기 말 2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의 지리적 이점 등을 놓고 볼 때 공실 리스크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당 사옥의 주변 입지가 나쁘지 않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논현동 사옥은 강남구청역과 학동역 인근인 업무중심지구에 위치해있다.
부동산운용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초 코로나19로 전통적인 중구 및 종로구 업무지구인 CBD보다 GBD(강남권역)의 가치가 오르는 추세”라며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 역시 논현펜트힐 캐스케이드 등 주변에 고급 주거단지가 생기고 있어 입지 자체는 훌륭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산건설의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두산건설이 사옥을 분당 신사옥으로 옮길지 여부도 아직 확정 짓기 어렵다. 만약 두산건설이 두산그룹에서 분리된다면 굳이 분당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임대차계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을 인수할 회사로 대우산업개발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건설사나 시행사 위주로 원매자가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가지는 아파트 브랜드는 모두 좋아하는 브랜드, 재무상태가 탄탄한 중견 건설사가 탐낼 만한 매물이고, 신용도가 좋은 건설사가 인수하게 되면 (논현동 사옥의) 코어 상품으로서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