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바야흐로 '리츠(REITs)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굵직한 운용사는 물론, 켄달스퀘어 등 전문화된 운용사까지 잇따라 리츠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에 통매각하려는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리츠 상장이 줄을 이으며 역대급 풍년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와 이지스레지던스리츠가 청약을 마쳤다. 이외에도 ▲제이알글로벌 ▲코람코에너지플러스 ▲디앤디플랫폼 ▲신한서부티엔디 ▲마스턴프리미어제1호 ▲켄달스퀘어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 자본 및 지분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회사를 말한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회사(리츠)가 벌어들인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한다. 리츠의 주요 수입원은 기초 자산인 부동산의 임대 수익이다.
지난해 정부가 공모리츠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방안을 내놓으면서 올해부터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리츠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정부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공모리츠로 내놓으면 과세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리츠의 배당소득도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이 우량 자산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려는 추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동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이지스자산운용이나 마스턴자산운용 등 우량 물건을 대거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은 굳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라며 “올해부터 다양한 리츠가 출시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빨라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이지스자산운용이 내놓은 밸류플러스리츠는 이 회사가 2016년 말 매입한 태평로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뒀다. 또한 하반기 켄달스퀘어자산운용 역시 모회사인 켄달스퀘어로지스틱스와 함께 기존에 보유하던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리츠를 구성할 계획을 세워뒀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자산구조. 출처/서울IR
이전에는 부동산 물건을 보유한 사모펀드나 운용사들이 3~5년 후 매각을 통해 차익 실현을 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 등 국내 부동산 특화 운용사들이 ‘알짜’ 위주로 자산규모를 불리면서 주요 자산을 시장에 내놓기보다 유동화하려는 목적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운용사들이 셰어딜 형태로 이미 존재하던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을 사들이는 사례가 있었다”라며 “알짜 자산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려는 운용사의 수요가 있었는데 리츠 역시 이를 가능케 하는 방식 중의 하나인 것”이라고 말했다.
셰어딜은 부동산펀드의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닌, 해당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에 있던 펀드를 청산하고 다시 펀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만 바뀌는 형태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역시 태평로빌딩을 보유한 ‘이지스97호 펀드’의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재간접리츠로 셰어딜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우량 자산을 대거 확보하지 못한 ‘후발주자’ 운용사들이 조급함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운용자산 34조원), 마스턴투자운용(운용자산 16조원) 등 이미 대규모로 부동산 관련 자산을 보유한 대형 운용사와 달리 아직까지 보유자산 규모가 얼마 안 되는 운용사들은 하루빨리 자산을 채워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단천리 물류센터나 현대해상 강남사옥 등 시장에서 놀랄 만한 가격으로 부동산 물건들이 거래된 것만 봐도 운용사들이 치열한 자산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