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현대자산운용이 우여곡절 끝에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상품을 내놨다. 코로나19와 해외 부동산펀드 손실 등 여러 난관에도 우수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양질의 상품을 통해 시장의 검증을 받겠다는 각오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운용사들은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실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부동산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펀드를 구성할 경우 해외 출장이 필수다. 하지만 여전히 출국길이 막혔을 뿐 아니라 설사 해외를 방문한 뒤 입국했다 하더라도 두 주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해 실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영국 에이곤 법인 사옥. 출처/현대자산운용
이 때문에 오히려 현대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상품의 기초 자산은 영국 에딘버러에 위치한 오피스로 네덜란드 소재 보험사 에이곤의 영국 법인이 임차하고 있다. 에이곤 영국 법인은 글로벌 보험사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드다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신용등급 A+를 부여받았다.
현대자산운용이 안정적인 딜(거래)을 소싱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이전부터 영국에서 쌓아온 현지 네트워크가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오피스는 영국계 생명보험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2007년 해당 회사가 세일앤리스백 형태로 에이곤 영국 법인으로부터 매입한 뒤 지금까지 보유해왔다. 현대자산운용은 이번 매매계약으로 당시 현지 영국계 보험회사가 맺어둔 임대차계약을 그대로 승계할 계획이다. 부동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생보사는 우량한 부동산 물건을 보유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부동산 매매계약 시 거래상대방의 신용도도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영국계 생명보험사가 맺었던 계약조건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부동산펀드 자산 가운데 90% 가까이 되는 비중을 해외투자에 쏟고 있다. 전체 41개 부동산펀드 가운데 31개가 해외 부동산펀드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소재 오피스를 매입해 공모펀드를 모두 판매하기도 했다. 해당 오피스는 스코틀랜드 정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9년까지 임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자산운용은 우호적인 조건으로 해당 상품을 구성할 수 있었다. 첫해 임대료는 약 110억원으로 매년 고정적으로 2.75%씩 상승한다. 통상적으로 영국에서는 5년 동안 임대료에 변동이 없고 렌트 리뷰를 통해 임대료를 조정한다. 하지만 해당 상품은 매년 물가 상승률과 관계없이 고정 상승률이 정해져 있다.
또한 잔여 임대차 기간이 남아있다는 점 역시 해당 상품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임대차 계약기간은 2037년까지로 현대자산운용이 해당 물건을 매각하는 시점에 도달하더라도 약 12년의 잔존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딜소싱을 시작해 코로나19가 아직 전 세계로 퍼져가기 직전인 2월에 해외 실사를 마무리 지어 이번에 공모상품을 출시했다”라며 “그동안 영국 등 현지 파트너회사와 네트워크를 맺어둔 덕분에 좋은 딜을 발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일부 해외 부동산펀드의 부실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오른 점은 부담이다. 부동산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일반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펀드는 통상적으로 임차인이나 잔여 임대차 계약기간, 상환구조 등을 통합해서 고려한다”라며 “영국은 점층적으로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추세로 전반적으로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