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한계기업 '생존기로')③유통·건설도 코로나 영향권…영업환경 '악화일로'
오프라인 매장 한계 뚜렷해진 유통
국내외 공사원가율 상승 전망되는 건설
공개 2020-06-18 09:30:00
최근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라는 기저질환에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도 속절없이 한계기업으로 추락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직면, 생존을 위협받는 기업은 더욱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IB토마토>는 디스플레이·전자·반도체·유통·외식·건설·항공·해운·조선·석유·화학·자동차·부품·철강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처한 심각한 한계상황과 이중·삼중고의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유통과 건설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됐다. 경기침체로 민간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소비패턴에 변화가 일고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두 업종 모두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며 올 한해 전망은 더욱 어두워져 업계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유통은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집합 시설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대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소매·여행·음식점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의 3월 판매액 증감률은 전년 동월 대비 -6.7%를 기록했으며 백화점은 -36.8%를 나타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건설도 상황은 나빠졌다. 4월 기준 건설사가 실제로 시공한 건설 실적을 금액으로 평가한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2.4%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건설취업자는 1.4%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올해 국내 건설투자는 -3%로 추정됐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중요성 확대 
 
유통업은 민간 소비의 저성장 추이와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잠식, 이로 인한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는 비우호적인 환경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분야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와 슈퍼의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은 심해지고 있다. 이마트(139480),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부진했다. 이마트의 2019년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25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7% 감소했고, 롯데마트(롯데쇼핑 할인점 사업부)는 영업손실 25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홈플러스의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8.4% 줄어든 1602억원이었다.
 
 
 
 
수익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고비용 구조는 유지되면서 기업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크게 악화됐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1로 1년 전보다 4.7포인트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롯데쇼핑은 0.8로 1.6포인트 내려갔다.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어야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며 1미만이면 한 해 번 돈으로 한 해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간주한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판단한다.
 
특히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으로 떨어진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영향에 1분기 영업이익 부진으로 1분기 이자보상배율이 0.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배율은 1.8이었다.
 
 
 
이에 이들은 세일즈앤리스백과 리츠 등을 활용한 자산유동화와 점포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에 나섰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력이 더욱 약화됐으며 일부 일시 휴업이 발생하며 매출은 감소했다. 세일즈앤리스백, 리츠 등을 통한 자금조달로 자본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매출의 감소는 수익성 저하를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여기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빠지면서 관련 호재를 누리지도 못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유통기업의 전략은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 소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지게 되면서 꾸준히 성장하던 온라인 유통채널의 영향력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SSG닷컴, 롯데그룹은 롯데온(ON), 홈플러스는 온라인 물류강화 등으로 온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식품 분야에서 온라인 전문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고 성과를 내는 가가 비우호적 환경에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식품 구매를 경험하게 된 소비자가 늘어났다”라며 “식품은 향후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을 이끌 핵심 카테고리가 될 것으로 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보유한 업체가 언텍트의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4월 선보인 롯데온을 두고는 롯데쇼핑의 리테일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온이 추가적인 고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상품 믹스와 가격, 차별적 카테고리, 배송 경쟁력 측면에서 절대 우위를 갖기에는 역부족이다”라며 “현재까지 가시화된 전략을 보면 기존 고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록인(Lock In) 효과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출처/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정부규제 악재에 코로나19 영향까지
 
건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에 따른 금융규제와 더불어 세제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으로 사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수주·사업에 타격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의 불투명성이 커졌다.
 
현 정부는 집값 안정을 최대 목표로 부동산 규제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추후 이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택지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규제 강화로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지연돼 관련 수주가 축소할 수 있으며 토지비와 인건비 등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원가 상승 반영이 힘들어 채산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평가는 주택부문 원가율이 연간 2%p 내외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 지속으로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구조적인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은 건설 관련 지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건설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44.9%가 줄었다.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 건축물 창공면적,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각각 14.2%, 3.3.%, 10.5%가 감소했다.
 
올해 회복을 예상했던 해외건설 수주도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중동 지역 발주 감소, 공사비 지급 지연 등의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이후 해외건설 수주액은 55억달러로 지난 1월 한 달 수주액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건설업계의 한계기업은 올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건설산업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한계 건설사 비중이 지난해 10.9%에서 올해는 최대 13.9%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두산건설 재무안정성 지표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두산건설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을 기록하며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가 지난해 1.1로 반등하면서 한계기업 탈출에 성공했다. 이는 비용절감 효과와 두산중공업(034020)의 출자를 통해 조달한 현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며 이자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별 기준 7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주요 주택현장 관련 장기 미회수채권의 대손상각비 인식 등으로 당기순손실 955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는 시공권 매각으로 화성반월 주택현장의 대여금 약 1800억원 중 약 1100억원이 회수돼 700억원의 대손상각비가 인식되면서 109억원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74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거뒀다.
 
또한 5월 말 기준 올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과 PF차입금 지급보증금액은 약 7500억원인데 보유 현금성 자산은 약 2100억원으로 단기차입금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큰 편이다. 단기지급능력을 보여주는 두산건설의 3월 말 기준 당좌비율은 63%로 양호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했고 지불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64.2%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100% 미만이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인천학익, 청주지웰시티, 한우리리조트 등 향후 장기 미회수채권 추가 대손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회사의 창출가능 영업이익 규모가 이자비용 부담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열위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이 중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매출로 나왔지만 재무상태 등으로 매수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결국 물적분할을 통해 부실자산을 분할신설법인으로 넘긴 후 매각이 추진된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