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초록뱀…유상증자로 OTT시장 총력
코로나 장세 속 주가 상승…언택트 및 BTS효과
공모자금 전액 드라마 제작에 투입…“판권 확보 드라마 제작용”
공개 2020-05-22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로나 장세 속에서 ‘언택트·BTS 효과’로 주가 상승을 경험한 초록뱀이 유상증자로 500억원을 조달한다. 글로벌 OTT산업 확장 시류에 동참해, 판권을 직접 확보할 수 있는 고퀄리티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초록뱀(047820)은 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초록뱀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외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에 따른 ‘언택트 수혜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록뱀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방탄소년단(BTS) 세계관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가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실제 초록뱀의 지난해 말 주가는 주당 1200~1300원대를 맴돌았지만, 현재는 1700~18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초록뱀의 자금조달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일단 초록뱀의 최대주주인 더블유홀딩컴퍼니가 136억원 규모로 일반공모 청약에 참여할 예정이다. 통상의 경우에는 최대주주가 일반공모 전 주주배정 단계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마중물을 댄다. 그러나 더블유홀딩컴퍼니는 2018년 초록뱀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하면서 유상증자시 신주인수권을 배정받지 않겠다는 서면계약을 체결해 주주배정 단계에 참여하지 못한다.
 
최대주주의 사정과는 별개로, 초록뱀의 유상증자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잔액인수자로 참여한다. 즉, 일반공모에서도 실권주가 발생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잔여물량을 인수하게 되는 구조다. 대신 초록뱀은 한국투자증권에 약 12%의 실권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초록뱀이 제작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진/tvN
 
초록뱀은 유상증자 자금 전액을 일명 ‘프로젝트 X’라는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317억원이 소요되고, 같은해 5월부터 10월까지 약 183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프로젝트 X에는 글로벌 OTT 확장 등 미디어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이 깊다. 기존의 드라마 제작사들은 공중파 등 방송국에 드라마를 판매해 수익을 냈다. 제작원가의 70% 내외를 보전받고, 대신 방영권 및 지적재산권(IP) 등 판권 일체를 넘기는 구조였다. 이때 제작사는 간접광고(PPL)등을 드라마에 삽입해 나머지 제작비를 충당하며 대략 3~5%의 마진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은 판권 보유에 주력하고 있다. OTT산업 확장과 아시아 내 한국드라마 수요 확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즉, 국내 드라마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보존받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판권을 넘기지 않고, 이를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에 직접 판매해 마진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실제 초록뱀은 tvN 방영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MBC 방영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등을 넷플릭스에 판매한 바 있다.
 
게다가 협상력도 방송국에서 제작사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는 분위기다. 퀄리티 높은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니즈가 커지다 보니 작가의 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 사전제작을 위해 제작사가 먼저 투자해야 하는 자금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초록뱀의 금번 유상증자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초록뱀 관계자는 “글로벌 OTT 산업 발전으로 제작사가 판권 수입 등을 높게 배분 받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면서 공모자금을 활용해 사전제작 방식으로 해외판권 수입 및 지적재산권(IP) 활용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프로젝트 X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BTS 드라마와 관련돼있는지 어떤지도 대답하기 어렵지만, 일단 BTS 드라마는 순조롭게 제작 중이며 올해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