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대구점. 출처/뉴스토마토
지난 30일
현대백화점(069960) 그룹은 현대HCN의 지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최근 시장 구도가 통신사업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통신 사업 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을 검토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 그룹은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 부문을 떼어내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단순·물적 분할했다.
당초 현대HCN의 매각전은 기대감이 상당했다.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HCN 매각은 현대백화점 그룹에게는 특별한 딜이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부문을 매각한 것이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HCN의 매각전은 현대백화점 그룹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대HCN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LG유플러스,
KT(030200), SKT등 3곳이다. 사모펀드들은 칼라일의 현대HCN 지분 인수, MBK의 딜라이브 인수 등 사실상 실패라고 보는 선례가 있어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또한 KT가 딜라이브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인수 후보가 사실상 SKT만 남은 상황이다. SKT는 현대백화점 그룹이 현대HCN을 공개 매각하기 전에 개별협상(프라이빗딜)을 진행했다. 당시 SKT와 현대백화점그룹은 가격에서 이견이 있어 결렬됐다고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6000억원 정도를, SKT는 5000억원 정도를 원했다"라면서 "현대백화점 그룹은 CJ헬로비전보다 현대HCN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통상 유료방송사업자의 기업가치는 가입자 1인당 가격을 기반으로 환산한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한 사례를 보면, 당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 50%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분 100%로 환산 후 2018년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 5538억원까지 고려했을 때 CJ헬로의 기업가치(EV)는 2조1538억원이다.
이를 기초로 도출된 현대HCN의 가입자 1인당 가격과 기업가치는 각각 50만9000원, 7020억원이다. 하지만, 순차입금을 고려하지 않은 가입자 1인당 가격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경우 현대HCN의 가입자 1인당 가격과 기업가치는 각각 37만 8122원, 5266억원으로 낮아진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대HCN의 가치를 평가한 최남곤 유안타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밸류는 순차입금을 고려한 가치가 맞다"면서도 "CJ헬로 인수 당시에는 알뜰폰의 가치가 녹아있어 현대HCN의 가치를 50만 9000원으로 판단할 경우 가치의 왜곡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했을 당시 비싸게 인수했다는 시각이 많았다"면서 "지금의 M&A시장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밸류"라고 설명했다.
다른 IB 관계자는 "
LG헬로비전(037560)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경쟁이 과열되지 않는다면 5000억원대에서 거래가격이 형성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HCN의 매각전은 경쟁이 과열되기보다는 한산한 상황에 더욱 가깝다.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남은 유일한 후보인 SKT 역시 개별협상이 결렬된 이후 매각전 추이를 관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SKT와 현대백화점 사이에서 프라이빗 딜이 깨진 이후 서로의 감정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면서 "시장 점유율만 봐도 꼭 SKT가 살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시장에 매물은 현대HCN, 딜라이브, CMB 등 3곳이고, 원매자 역시 SKT, LG유플러스, KT 등 3곳이기에 인수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은 상황이다.
이어서 그는 "이번 매각 전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갑(甲)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HCN 관계자는 "SKT와 매각협상을 한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