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BW에 사활 건 트루윈, '자금줄' 소액주주 사로잡기 총력
인수인 없어 실권주 발생 시 조달액 축소…소액주주 비중 55%
신성장 동력 확보 절실…130억원 이상 확보해야 계획 실현 가능
공개 2020-04-13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GM의 2차벤더 트루윈이 적자 탈출을 위해 공모시장에서 200억원을 조달한다. 인수인이 없어 청약 미달시 조달자금 규모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트루윈은 사력을 다해 소액주주의 투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달자금 중 130억원이 트루윈의 새 먹거리가 될 열 영상카메라 센서 제작설비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 130억원 이하로 모집되면 경영계획에도 차질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트루윈(105550)은 200억원 규모의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다.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경영악화로 사모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공모로 선회한 모양새다. 트루윈은 최근 5년(2015~2019년) 중 2018년을 제외하고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공모 분리형 BW를 택한 것도 악화된 경영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투심을 사로잡기 좋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BW 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채권과 신주인수권부(워런트)를 동시에 받게 되는데, 분리형은 말 그대로 채권과 신주인수권부(워런트)가 분리됐기 때문에, 투자자는 워런트만 별도로 판매할 수 있다. 즉, 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돼도 워런트를 보유해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공모 분리형 BW로 확보한 워런트를 행사할 경우, 채권을 보유하면서 신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즉, 전환사채는(CB)는 전환청구 후 받게 될 주식과 채권을 상계하지만, BW는 사채를 사채대로 돌려받고 신주는 신주대로 확보할 수 있다. 신주인수금은 사채로 대용납입해도 된다.
 
금번 공모 BW 발행은 주주우선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약에 참여하는 기존 주주들은 현재 보유 주식 당 약 1710원의 채권을 배정받고, 그 다음 채권액의 3842원 당 1주의 워런트를 부여받게 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585주를 들고 있으면 약 100만원까지 청약에 참여할 수 있으며, 청약에 전액 참여하면 채권액을 3842원의 예정 행사가액으로 나눈 260주를 워런트로 받는 구조다. 행사가액은 트루윈 주가 하락 시 70%까지 조정(리픽싱)될 수 있다. 이 경우 워런트 행사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이 늘어난다. 더불어 풋옵션 행사는 2022년 3월부터 가능하며,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은 없다.
 
인수인이 없기 때문에, 트루윈은 성공적인 BW 발행을 위해 소액주주 사로잡기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주주 우선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일반청약으로 넘어가고, 일반청약에서도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 금액을 뺀 만큼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트루윈의 소액주주(지분 1% 미만) 비율은 55.4%, 소액주주 수는 2873명이다. 즉, 트루윈은 공모자금의 절반 이상을 조달 받기 위해 2837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형국이 됐다.
 
트루윈 최대주주로 지분 21.24%를 들고 있는 남용현 트루윈 대표이사는 배정물량의 80% 수준으로 청약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 외 주요주주의 참여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단 트루윈 지분 11.2%를 들고 있는 박희원 라이온켐텍(171120) 회장은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고, 5%를 지닌 경창산업(024910)은 트루윈 거래처로 있다.
 
트루윈이 제작하는 열 영상 카메라 써모비. 사진/트루윈
 
트루윈은 금번 BW 조달자금 중 130억원을 적외선(IR) 열 영상 센서·모듈 생산설비 투자와 원재료 구매에 투입할 예정이다.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루윈은 국내 완성차업체 2차 협력업체로 자동차 페달, 공조장치 등 각종 센서류를 제작해 1차벤더에 납품하지만, 전방 산업 악화 및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에 압박을 받고 있다. IR센서는 자동차센서 등에 비해 납품가격이 비싸 마진율이 좋다.
 
트루윈은 현재도 IR센서 등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과정 대부분을 외주에 맡기고 있어 제품 생산까지 6개월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트루윈은 금번 투자로 자체 생산시설(Fab)을 구축해 공정 기간을 줄이고 실적을 늘릴 예정이다.
 
트루윈 관계자는 “자체 팹(Fab) 구축 시 주요 공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MBA 제작 과정이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시간을 단축하면 제조원가 절감 효과와 공급능력(capa)의 유연한 조절 및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적외선 열 영상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라고도 덧붙였다.
 
설비투자 등에 사용하고 남은 자금 70억원은 올해 3월 발행한 제10회 전환사채 전액 상환에 투입할 예정이다. CB와 BW를 동시에 짊어지면, 트루윈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35%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BW가 발행되고 CB가 상환되면 부채비율은 207%로 감소한다. 다만, 콜옵션이 없고 만기도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트루윈이 해당 CB를 상환하려면 투자자와 상호 합의해야 한다.
 
트루윈은 BW 발행 후 상환 예정된 CB를 제외해도 올해 약 150억원의 차입금 등을 추가로 갚아야 한다. 단기차입금 중 92억원은 제1금융권으로부터 빌렸고, 유형자산을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만기연장(롤오버)이 가능할 수도 있다. 나머지 60억원은 제9회 전환사채로 올해 12월 말에 만기를 맞는다. 전환사채 추가 발행 가능성도 점쳐지는 이유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영업을 통해 충분한 현금창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현금성자산 및 가용 여신한도, 미흡한 재무융통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유동성 대응 능력은 미흡한 수준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루윈의 금번 BW 발행 주주확정일은 4월22일이다. 구주주 청약일은 5월21~22일, 일반공모 청약은 28일, 납입일은 29일이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