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또 4분기 악몽 재현…'일회성 비용의 일상화'
미청구공사 잔액,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
전동차 부문, 국내 독점적 지위 사실상 깨져
공개 2020-04-14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로템(064350)이 또다시 실망스러운 4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예견된 결과였다. 일회성 비용이 일상적 비용처럼 매년 발생했다. 일회성 비용의 주요 원인이었던 카타르 프로젝트 관련 비용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청구공사 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일회성 비용의 일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게다가 이를 뒤집기 위한 펀더멘털인 국내 전동차 사업 부문은 다원시스의 성장으로 독점적 지위가 사실상 깨졌다. 
 
현대로템은 2014년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4분기 적자였다. 지난해 4분기는 14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3분기까지의 손실인 1337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흑자를 냈던 2016년에도 4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현대로템의 4분기 실적 부진을 비경상적 비용, 일회성 비용 등에서 찾았다. 얼핏 생각하면 모순된다. 일상적으로 발생되지 않는 비용이 6년 중 5년간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충된 개념들을 모으면 '현대로템은 사업 구조 상 예상치 못한 악재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일회성 비용이 가장 많았던 사업 부문은 플랜트 부문이다. 카타르 알다키라 수처리 프로젝트에서만 2017년 1264억원, 2018년 1372억원 씩 4분기에 충당부채를 연이어 인식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428억원을 쌓았다. NH투자증권(005940)은 증권신고서에서 수처리 프로젝트에 대해 "현재 건설공사가 마무리되고 시운전 예정 단계에 있으나 시운전 이후 추가 공사 소요나 지체상금 부과 등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일회성 비용의 주요 원인이었던 카타르 수처리 프로젝트의 손실은 대부분 인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회성 비용의 일상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외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업경험 부족, 품질수준 미흡, 기술력 확보 지연 등으로 비경상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숨겨진 뇌관, 미청구공사
 
현대로템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2018년 연결 기준 미청구공사잔액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고, 2019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미청구공사는 매출채권의 일종으로 매출로 인식은 했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042660)·한국항공우주(047810)(KAI) 분식회계 사태 당시 부실의 근거를 미청구공사 증가로 찾을만큼, 미청구공사 증가는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NH투자증권은 "철도부문에서 납품 후 대금회수가 이루어지는 수출사업 진행 프로젝트가 증가하며 최근 미청구공사가 증가했다"라면서 "국내 주요 발주처와의 계약 역시 대금 회수가 뒤로 밀리는 계약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미청구공사가 증가한다는 것은 공정 대비 대금회수 기간이 증가해 회수 가능성이 낮아짐을 시사한다. 게다가 회수 가능성을 측정하는 또 다른 지표인 매출채권 회전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매출채권 회전기간은 평균적으로 채권이 생기고 현금으로 받는 기간을 의미한다. 2016년에는 매출채권으로 확정된 이후 약 7개월(213.7일) 뒤에 돈을 받았지만, 이후 꾸준히 기간이 늘어나며 지난해에는 8개월(247.2일) 뒤에 대금을 회수한다. 
 
NH투자증권은 "누적된 미청구공사는 어닝쇼크의 원인 중 하나"라며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회사가 매출원가를 조정하며 한꺼번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원시스의 성장, 현대로템의 펀더멘털을 흔들다
 
  
지난해 말 현대로템의 매출원가율이 103%였다. 100원을 벌 때 103원을 생산 비용으로 썼다는 의미다. 판매나 관리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 수치다. 또한 악화된 원가율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전통적으로 현대로템의 실적을 견인한 국내 전동차 사업부의 독점적 지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적 지위에 균열을 가하는 회사는 다원시스(068240)다. 다원시스는 현대로템과 소송까지 갔던 로윈을 합병한 코스닥 기업이다. 다원시스의 전동차 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1241억원으로 전년(772억원)보다 60.7%올랐다. 
 
2015년 매출액이 19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 470억원, 2017년 663억원으로 매년 전동차 사업에서 급성장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매출원가율은 다원시스의 성장과 맞물려 악화됐다. 현대로템의 2016년 매출원가율은 90.4%, 2017년 93.3%, 2018년 100.6%로 4년간 꾸준히 나빠졌다. 
 
게다가 다원시스는 수주량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8847억원으로 2017년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향후 전망도 밝다. 이현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연간 1조원 발주가 앞으로 5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기에 현대로템 역시 올해 초 △유휴자산 매각 △전환사채 발행 △토지재평가 등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유휴부지 매각과 전환사채 발행, 자본 전환 유도를 통해 일정수준 재무구조의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운전자본이 확대되면서 자체잉여현금 창출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