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과도한 우발채무에 수익·유동성 악화 '경고등'
부동산 PF 규제에 고성장성 한 풀 꺾여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부담 증가
공개 2020-04-06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와 코로나19 확산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부동산 PF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기록했던 메리츠증권(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실적 저하가 예상된다. 여기에 투자심리 위축으로 유동화증권 차환발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발채무가 많은 메리츠증권의 유동성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부동산 PF의 강점을 바탕으로 안정적 이자손익을 거두며 높은 수익성을 내왔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8%로 업계 평균 7.9%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다만 올해 실적은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전성 방안은 증권사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100% 설정, 부동산 PF 채무보증 신용위험 값 18%로 상향(기존 12%), 조정유동성비율 100% 이상 관리, 부동산 PF 종합금융업 특례 배제, PF 대출 관련 적립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현재 자기자본보다 우발채무가 많은 메리츠증권은 내년 7월까지 부동산 PF 규모를 줄여야 한다.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 약정 기준 지난해 말 우발채무는 8조52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9.7% 증가했다.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따로 공개되지 않지만 증권가는 부동산 PF 우발채무를 7조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2019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4조193억원 대비 174%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메리츠증권이 약 2조3000억원 수준의 부동산 PF 우발채무 감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관련 수익 축소로 이어진다. 메리츠증권의 부동산금융의 선도적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IB부문의 수익창출력은 증권업 내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조1587억원을 거둔 순영업수익에서 이자손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9%였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규제 영향으로 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 별도와 연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3.3%, 24.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 한해 순이익 전망도 별도와 연결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33.2%, 24.5% 줄어든 3980억원, 4180억원으로 예상했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PF 규제가 당장 반영되지 않고 시간을 두며 가중치가 적용되기 때문에 손익 감소는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채무보증을 줄이기 위한 셀다운 영향으로 수수료손익은 증가하고 이자손익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채무보증 잔고 추이. 출처/메리츠증권
 
코로나19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이 우발채무 부담이 큰 메리츠증권의 유동성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발채무의 경우 통상 3개월 단위로 차환 발행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유동화증권의 시장 소화가 어려워질 경우 유동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통상 유동화증권의 시장 매각이 어려울 경우 금리를 상향 제시함으로써 대응하지만 최근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됐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우량신용도 증권사가 보증하는 유동화증권도 시장 소화가 힘들어졌다. 실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016360)은 지난달 차환발행에 실패하며 자체 매입을 진행했고 한화투자증권(003530)의 경우 300억원의 PF 자산유동화어음 중 50억원만 차환 발행돼 나머지는 자체 매입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말 채무보증 총액은 8조5238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193억원 대비 214%다. 이중 계약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 사업과 연관돼 있어 자금시장 위축이 지속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ABCP 매입약정 규모는 3886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메리츠증권의 유동성 GAP(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 3개월 만기) 대비 우발부채 규모가 증권사 중 가장 크다며 유동화증권 차환발행이 원활히 이뤄지는지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메리츠증권 과도한 지적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3640억원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일정 수준 유동성을 보완했다”라며 “유동성 보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