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수 두 배 늘리는 이노인스트루먼트…오버행 주의보
유상증자로 2000만주 발행…보호예수 없어
실권주 발생시 주관사 실질매입가 15% 낮게 인수…펀더멘털 좋지 않아
공개 2020-04-03 09:3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광섬유 연결장비 등을 제작하는 이노인스트루먼트가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수를 두 배 늘리는 초강수를 뒀다. 유상증자 발행 물량에 보호예수가 걸려있지 않고, 주관사의 실권주 손절매 가능성도 있어,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이노인스트루먼트(215790)는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2000만주를 발행한다.
 
현재 이노인스트루먼트 발행 주식수는 2028만주 가량 된다. 즉, 금번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두 배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4월23일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이노인스트루먼트가 손에 넣게 될 금액은 약 335억원이다. 회사 측은 조달자금 중 300억원을 지난 2018년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제3회 사모 전환사채(CB) 전액 상환에 투입하고, 남은 35억원도 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이노인스트루먼트의 보유현금은 102억원가량 된다.
 
제3회 CB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실행된 탓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원금 보전이 최선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CB의 최초 전환가액은 1만200원이고, 전환가액조정(리픽싱) 한도는 90%인데, 현재 이노인스트루먼트 주가가 20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보니 사실상 전환을 통한 이익수취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자도 없다. 표면·만기이자율이 0%이기 때문이다. 이노인스트루먼트가 해당 CB를 발행했던 2018년에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일환에 따른 코스닥벤처펀드 붐이 불었고, 초대형·대형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는 펀드 구성을 위해 이노인스트루먼트 발행 CB와 같은 제로쿠폰 CB를 앞다투어 취득한 바 있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광섬유 연결장비인 '광섬유 융착접속기' 등을 제작한다. 사진/이노인스트루먼트
 
금번 유상증자로 이노인스트루먼트의 유통물량이 두 배 늘어나는 만큼, 잠재매물부담(오버행) 우려도 크게 증폭될 전망이다.
 
일단 금번 유증을 통해 새로 발행되는 2000만주 전량에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는다. 특히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유진투자증권(001200)과의 약정에 따른 부담도 있다.
 
일반공모에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유진투자증권은 약정에 따라 잔여물량 전량을 인수해야 한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우선 기존 주주에게 청약분을 먼저 배정하고, 여기서 미달이 생기면 잔여물량을 일반공모로 넘긴다.
 
이때 유진투자증권은 실권주 인수 대가로 인수액의 15%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즉, 유진투자증권 입장에서 모집가액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으로 실권주를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유상증자 주당 모집가액은 주당 1715원이므로, 단순 계산하면 주당 1458원에 거둬들이는 모양새가 된다.
 
실권주 발생 확률은 잠재적으로 큰 상황이다. 이노인스트루먼트가 현재 적자를 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435억원을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영업손실은 175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최대주주 등의 청약 참여에 따른 실권주 증가 방어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노인스트루먼트 지분 59.86%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 권대환 이노인스트루먼트 대표가 청약 배정분의 20%에만 참여할 예정인 탓이다. 지분 6.1%을 들고 있는 짜오 양리(ZHAO YANGRI) 등 특수관계인 3인의 청약 신청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권 대표가 예정대로 20%만 청약참여하고 특수관계인은 참여하지 않을 경우, 유증 이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량은 전체의 39.2%인 1577만주에 그치게 된다. 설령 특수관계인이 배정분 전량에 청약 참여한다고 해도, 최대주주와의 주식수 합계는 전체의 42.1%인 1697만주 가량에 머물게 될 전망이다.
 
유상증자 이후 이노인스트루먼트의 발행주식은 4028만주로 불어나게 되므로, 대략 2331만~2451만주가 실질 유통 가능주로 분류되는 셈이다. 게다가 권대환 대표의 20% 청약 참여가 확정적인 것도 아니다. 권 대표는 청약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 및 기타 보유 주식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
 
즉, 최대주주 등의 잔여 청약권을 인수하게 될 투자자나 혹은 실권주를 가져갈 주관사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인데, 실적 등 제반 환경을 고려하면 빠른 손절매 가능성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유상증자 참여 니즈가 있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에게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할 계획이지만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면서 “잔여주식을 인수하는 대표주관회사가 조기에 인수 물량을 처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노인스트루먼트는 광섬유 연결 장비인 '광섬유 융착접속기'와 광섬유 측정기 및 절단기 등을 제작한다. 2019년 매출의 82.3%가 광융착접속기 판매에서 창출됐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