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흑자전환'된 빅히트엔터, 순익 1200억원 차이는 왜?
K-IFRS로 회계기준 변경…RCPS 전환권 회계처리에서 비롯
2018년 당기순익, 마이너스(-) 705억원…이전 기준은 502억원
공개 2020-04-03 09:10:00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방탄소년단(BTS) 흥행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늘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회계기준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변경하면서 졸지에 '흑자전환' 기업이 됐다. 전환상환우선주(RCPS)가 자본에서 부채로 바뀐 탓이다. 관련 손실은 단순 회계상 지표인데다가, 현재 RCPS도 보통주로 전환돼 자본으로 편입된 상태라, 빅히트 기업공개(IPO)를 위한 가치평가에는 지장 없을 전망이다.
 
1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비상장 외부감사 대상 중 주주가 500인 미만 기업은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공시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24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금번 감사보고서에 표기돼있는 빅히트의 2018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705억원으로 표시됐다는 점이다.
 
공시만 두고 보면, 빅히트는 졸지에 당기순이익 흑자전환 기업이 된 셈이다. 과거 빅히트는 언론 및 전년 공시 등을 통해 2018년 당기순이익을 502억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아이돌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엔터
 
12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 차이가 갑자기 발생한 까닭은 빅히트 기업가치가 매년 폭등하고 있는 중에, 회계기준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변경되면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손실처리가 발생한 탓이다. 본래 빅히트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이용했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RCPS는 자본으로 처리된다. 상법상 주식 요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실질’을 따지는 K-IFRS에서는 RCPS를 부채로 보기도 한다.
 
보통 K-IFRS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상환우선주와 전환권으로 분리해 평가된다. 이때 상환우선주는 원금과 이자가 붙는 사채 기능이 있어 부채로 평가되고, 전환권은 '가격 조정권(리픽싱)' 요건 등이 있을 경우 파생상품부채로 취급된다. 리픽싱은 곧 전환가격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인데, 이는 K-IFRS 기준 지분상품 요건에 명시된 지분수량·금액 “확정”요건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리픽싱 요건이 없다면 지분상품으로 취급돼 자본이 될 수도 있다.
 
K-IFRS에서 부채로 취급된 전환권은 현재가치(공정가치)로 산출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비상장사이므로 전환권 공정가치 평가에 회사 내부자료 등을 토대로 가정된 변수(수준3)를 투입해 평가했다.
 
만약 기업의 실적·인지도 등이 대폭 좋아져 공정가치가 크게 늘어날 경우, 회계기준에 따라 연초와 연말의 공정가치 차이가 평가손실로 계산돼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간단히 말해 기업가치가 오른 만큼 전환권 행사로 지급해야 하는 가치도 오르며, 이는 곧 지표상 손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셈이다. K-IFRS 도입에 따라 빅히트는 2018년 전환권에 대한 평가손실을 1268억원으로 새로 잡았다.
 
즉, 빅히트는 방탄소년단(BTS)의 엄청난 흥행으로 내부 측정 기업가치를 대폭 늘렸고, 그 결과 RCPS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회계상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평가손실과 더불어 2018년 보통주로 전환된 RCPS의 가치도 1891억원에 이른다. 2018년 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우선주 비율이 37.1%였으므로, 단순히 말하면 그 해 RCPS에 대한 기업가치만 3000억원 이상 늘어났고, 전체로 보면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보유한 전환상환우선주의 상환우선주를 부채로 분류하고, 금융부채의 정의를 충족하는 전환권은 내재파생상품으로 별도로 분리해 공정가치로 인식하고 변동분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했다"라고 밝혔다.
 
물론 전환권에 따른 손실은 단순 회계상 변동에 의한 것이며 실제 현금흐름과도 관계없다. 게다가 현재 빅히트는 제반 문제도 거의 해결한 모양새다. 보통주로 전환된 RCPS는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자본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RCPS가 보통주로 대거 전환됐고, 새로 발생한 평가손실도 털어내 2019년 말 전환권 등에 대한 파생금융부채 ‘제로’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웰블링크(Well Blink) 등이 6.2%의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시상으로는 리픽싱 등이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2019년 연결 기준 부채비율도 109%로 낮아졌다. RCPS의 보통주 전환분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계상돼 자본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K-IFRS 기준, 빅히트의 2018년의 부채비율은 136%을 기록했다. (일반기업회계기준 64%)
 
한편,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IPO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005940)·한국투자증권·JP모건을, 공동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006800)를 선정했다. 현재 주관사 등이 추정하는 빅히트의 몸값은 천차만별이다. 업계는 빅히트의 몸값을 3조~6조원 내외로 평가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