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상역이 품은 태림포장…알고 보니 속빈 강정?
고지가격 하락, 고객사의 판가 인하 압력 초래
코로나19 수혜 기대감은 가격 하락 우려로 대부분 희석
세아상역, 하반기 수주·매출 급감 가능성
공개 2020-04-02 09:10:00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글로벌 1위 의류 OEM 업체에 국내 1위 골판지 업체를 더한 세아상역 그룹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택배 물량 증가로 골판지 제조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무색하게 태림포장(011280)은 대기업들의 판가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다 의류 OEM 사업은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국으로 퍼지며 하반기 실적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세아상역 그룹이 태림포장 인수를 위해 일반적인 수준의 인수금융을 일으켰음에도 세아상역 그룹의 재무 상태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림포장과 세아상역의 실적. 출처/한국기업평가
 
 
3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태림포장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729억원, 208억원이다. 이는 전년(2018년) 6086억원, 357억원보다 각각 356억원(-5.8%), 149억원(-42.6%) 줄어든 수치다. 
 
고지 가격 하락으로 수혜를 볼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을 비웃는 듯한 실적이다. 고지 가격 하락은 마진 확대에 유리하지만 가격 경쟁으로 인해 고객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갖고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가 인하 압력이 존재한다. 태림포장이 골판지 1위더라도 고객사인 CJ대한통운(000120), 이마트(139480), 쿠팡, CJ제일제당(097950), 롯데지주(004990)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력이 떨어지다 보니 골판지를 만드는 원재료인 고지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제품 판가를 높이기는 어렵다. 반면, 고지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는 고객사들에게 판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크게 받는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실제로 낮은 수준의 고지 가격이 이어지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사들의 판가 인하 압력이 심화됐다"면서 "이는 실제 제품 판가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본업 역시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글로벌세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3857억원, 1126억원이다. 매출액은 1652억원(7.4%)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억원(-0.7%) 줄었다.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신규 투자 예정
 
세아상역 그룹의 태림포장 인수 과정. 출처/한국기업평가
  
지난 1월3일 세아상역그룹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태림포장을 비롯한 5개 계열사를 약 7000억원 들여 인수했다. 대금의 55%수준인 38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그 결과, 세아상역그룹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전년 대비 47.2%p, 7.3%p 증가해 249.6%, 54.8%를 기록했다. 이는 의류제조업 신용평가방법론상 뒤에서 2번째에 해당하는 수준으로서 한국기업평가가 세아상역의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한 단계 낮추는 주요 원인이 됐다.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중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반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한다. 세아상역 차입금 중 절반이 원재료 구매자금, 유산스차입금, 수출채권할인 등 영업부채 성격이다. 하지만 차입금의존도가 일반적인 기준의 2배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13년 말 9.6%p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의 늘었다. 
 
게다가 차입금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생산 공장에 신규 투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조정표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3년간 1000억원을 웃도는 투자 부담을 고려할 때, 당분간 차입금 감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자상거래, 코로나19 효과 보는데…'태림포장'은 어렵나?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와 같은 비대면 사업은 수혜를 보고 있다. 하지만 태림포장은 골판지 업계 '빅5'(태림포장, 신대양제지(016590), 아세아제지(002310), 삼보판지(023600), 한국수출포장) 중 1위임에도 협상력이 떨어져 그 수혜를 고객사와 나누기 보다 고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을 전달하는 '도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쉽게 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제지업은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경쟁 강도가 높은 수준이다"라면서 "특히 대부분 지종의 경우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아 가격 위주로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생산능력을 늘릴 것이란 소식도 전해진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경쟁사들의 생산능력 확충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를 고려할 때 판가 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아상역 역시 코로나 19 팬더믹이 장기화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의류업계 대부분의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하지만, 세아상역은 아직까지 큰 변동이 없다고 전해진다. 세아상역은 3~6개월 이상 선 주문을 받아놓는다. 또한 지난달까지는 세아상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 주요 유럽 국가에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대유행이 됐고, 우리나라가 오히려 감소세다. 그렇기에 세아상역은 오히려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 전문위원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하반기의 세아상역 그룹의 수주 및 매출액 역시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