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연합, '장기전' 준비에 총력…2라운드 예고
법원의 반도건설 의결권 제한으로 주총에서 불리
지분매입으로 임시주총 염두에 둘 가능성 높아
공개 2020-03-26 10:00:00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조현아 연합(이하 주주연합)이 주주총회 이후를 기약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응해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지속적인 지분 매입을 통해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반도건설 등 주주연합은 한진칼(180640) 주식 118만90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42.13%까지 높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중) 강성부 KCGI 대표(우). 출처/뉴스토마토, 유튜브
 
세부적으로는 한영개발이 83만5000주, 대호개발이 31만9000주, 헬레나홀딩스가 3만5000주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 한영개발과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자회사가 한진칼 주식 매입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대호개발은 24일 497만1627주, 한영개발은 452만8406주의 한진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호개발이 152만6773주, 한영개발이 169만822주를 보유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대호개발은 300만주 이상, 한영개발은 200만주가 넘는 주식을 매입했다. 
 
반도그룹이 탄탄한 현금여력을 기반으로 사실상 주주연합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홀딩스는 2018년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718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총자산은 1조7398억원에 이른다. 
 
주주연합으로서는 주총 이후의 경영권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반도그룹의 풍부한 현금여력이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표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이사 후보 추천 안건 등이 의안으로 상정돼있다. 주주연합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고 있어 표대결에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4일 법원이 반도건설의 한진칼 보유 지분(8.2%) 가운데 3.2%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자 주주연합이 상당히 불리해졌다. 
 
결국 주주연합은 이번 주총 이후에도 임시주총을 통해 한진그룹 경영권을 겨냥할 기회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주주연합의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은 5년으로 상당히 장기간 묶여있어 시간도 충분하다. 
 
주주연합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나 금주 주총에서의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주주연합은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주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주연합이 내세워왔던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라는 명분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임시주총을 연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이사회 활동을 하는 이사회 구성원을 해임하려면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및 발행주식 총수 중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관건은 주주연합이 내세운 사내이사가 한진칼 주주들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다. 한진그룹은 주주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낙점한 김신배 포스코(005490)이사회 의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005930) 부사장이 항공업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줄곧 공론화해왔다. 
 
이와 관련해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000억원씩 적자를 내던 일본항공을 2조원 흑자로 만든 장본인은 항공 비전문가인 이나모리 회장과 공대 출신 IT 전문가들”이라며 “항공업을 전혀 모르던 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으면서 회사를 좋게 만들었던 사례가 가까이에도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